경기도 무악(巫樂)인 도살풀이 장단과 선율에 맞추어 긴 수건을 들고 추는 살풀이춤
도살풀이춤은 경기무속춤을 바탕으로 전통예인(傳統藝人) 김숙자(金淑子,1927~1991)에 의해 예술적 양식으로 승화된 춤으로 긴수건을 들고 경기도 무악인 도살풀이 장단과 경기시나위 선율에 맞추어 다양한 수건의 활용과 전통춤사위의 원형적 형태와 즉흥적 요소를 담고 있다.
경기도는 예로부터 재인청(才人廳) 소속의 화랭이와 세습무녀(世襲巫女)인 미지들이 마을의 도당굿(都堂굿)과 각종 무속의례(巫俗儀禮)를 진행하여 왔고 이러한 세습무(世襲巫)의 전통이 도살풀춤을 예술적으로 양식화하고 전승하게 된 바탕이 되었다. 경기도당굿은 한강 이남의 경기도에 속하는 지역과 해안지역에서 무당(巫堂)이 주관해 온 마을 굿으로 세습무에 의해 굿의 절차가 진행된다. 촌락공동체의 안녕과 풍요를 기원하는 마을굿은 부족국가 시대 이래의 유구한 전통으로 한 마을에 사는 사람들끼리 모여 마을의 재수를 빌고 한해가 무사하게 지내기를 기원하는 마을굿은 고대 국가적인 규모로 행해졌던 종교의식과도 그 맥락이 닿는 것으로 볼수 있다. 도살풀이춤의 보유자였던 김숙자는 경기재인청 출신 화랭이었던 아버지와 세습무녀인 어머니로부터 경기무속음악과 다양한 무속춤을 사사받았고 도살풀이춤과 경기시나위춤을 정리하고 무대예술화하는 작업을 통해 굿에서 무당이 추던 춤을 자신의 독특한 기법으로 공연예술적 성격의 춤으로 다듬었다. 경기세습무가의 자손으로 가(歌)·무(舞)·악(樂) 일체의 학습을 한 예인(藝人) 김숙자는 1970년 초에 무속의식춤을 본격적으로 추기 시작하였고 77년 초에 무속무용 첫발표회를 가졌고 지속적으로 도살풀이춤을 비롯한 경기무속춤을 무대공연을 통해 선보였다. 이러한 활동을 통해 도살풀이춤이 지닌 전통성과 예술적 가치를 인정받아 1990년 10월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되었다.
○ 춤의 구성 도살풀이 장단으로 춤을 시작하며 3m 가량의 긴 수건을 들고 다양한 수건놀이와 무수한 곡선을 형성하고 자진굿거리 장단으로 속도를 몰아가며 맺힌 것들을 풀어내는 춤사위로 흥과 신명을 일으킨다. 다시 도살풀이장단에 맞추어 맺고 풀고 어르는 춤사위로 춤을 마무리 하고 무대 뒤로 퇴장한다. ○ 짜임새 종교적 의식에서 파생된 도살풀이춤은 살을 풀고 맺힌 한을 풀어 버리는 뜻을 가지고 있으며 무속 고유의 신명풀이적 성격이 강하게 나타나고 즉흥성을 많이 살려내는 춤으로 다양한 움직임을 통해 한을 풀어내고 흥과 멋을 살려내고 있다. 무구(舞具)인 긴수건을 활용하여 표현하는 다양한 수건놀음이 독특한 선(線)을 만들어 내고 발디딤은 교방계 살풀이춤에 비해 다소 거칠고 보폭이 크며 도살풀이춤만이 갖는 독창적인 호흡법(목젖놀이, 호흡의 떨어짐이 연속적으로 두 번을 꺽어 주는 것)으로 춤사위의 다양함을 보여준다. 제자리에 정지한 점(點) 춤이 많고 정(靜)ㆍ중(中)ㆍ동(動)의 움직임이 잘 융합되는 가운데 수건뿌림에서 표현되는 곡선미가 돋보인다.
○ 주요 춤사위
긴 수건을 날리며 추어지는 도살풀이춤의 팔동작으로는 평사위, 비껴든 사위, 얹는 사위, 끼는 사위, 활사위, 학사위, 여미는 사위, 엎어뿌리는 사위, 던져뿌리는 사위, 꼬리치기사위, 펴는 사위, 공그리는 사위, 모으는 사위, 용꼬리사위, 훑는 사위 등이 있고 발동작으로는 엇딛는 사위, 멈추는 사위, 찍는 사위, 어르는 사위 등이 있다. 도살이춤은 다양한 공간활용과 함께 무대 전체를 갈지자(之)형, 타원형, 측면의 사용을 골고루 사용하고 긴 수건을 이용하여 끊임없는 연속적 공간성을 만든다.
도살풀이춤의 반주 음악은 경기무악에 사용되는 경기시나위를 사용하고 있다. 경기시나위는 남도 계면조 가락과 구성음과 각 구성음의 기능이 같아 차이를 발견하기 어려우나 선율의 진행법에 약간의 차이가 있어 남도시나위와 그 선율적 느낌이 다르게 나타난다. 장단은 도살풀이장단(섭채장단 이라고도 칭함)과 자진굿거리장단으로 구성되어 있다. 도살풀이 장단은 6박(2분박)이고 자진굿거리 장단은 빠른 4박(3분박)이다. 느린 속도에서 점차 빠른 속도로 몰아가는 만(慢·)중(中)·삭(數)의 속도 변화가 이루어진다. 반주악기로는 피리, 해금, 대금, 아쟁 등의 선율악기와 징, 장구 등의 타악기로 구성되어 있다. 반주음악에 구음(口音)이 함께 하기도 한다.
도살풀이춤의 복식이나 무구에 있어서 무속적 형식이 잘 나타난다. ○ 복식 흰치마, 흰저고리, 흰색허리띠, 흰버선을 착용한다. 치마를 오른쪽으로 말아 허리끈으로 허리를 묶어 자연스럽고 꾸밈없는 소박함과 토속적인 느낌을 준다. ○ 무구 3m가량의 흰 명주 수건을 사용한다.
도살풀이춤의 근원적 뿌리는 무속에 두고 있으며 복식이나 무구에 있어서 무속적 형식이 잘 갖추어진 춤으로서 전통춤사위의 원형적 형태를 그대로 전승 간직한 춤이다. 경기도당굿 세습무가의 후예였기 때문에 김숙자의 도살풀이춤에는 경기세습무가의 시나위 유산이 결집되어 있다. 도살풀이춤은 김숙자 한대에서 완성된 춤이 아니라 선대로부터 오랫동안 이어져 내려온 세습무의 산물이며 굿에서 추어지던 무속춤을 예술적 양식으로 승화시킨 전통춤이다. 다루치기와 목젖놀음, 차는 사위와 찍는 사위, 그리고 먹는 사위를 위주로 하는 도살풀이춤은 전문예인으로 살아온 오랜 몸놀림과 비법과 즉흥의 미학이 담겨있다. 도살풀이춤은 기본적으로 선(線)의 예술이라 할 수 있다. 긴 명주 수건을 자유자재로 다루어 춤을 시작할 때부터 끝날 때까지 기(氣)의 흐름을 끊김이 없이 자유로운 선의 예술로 드러내어 아름다운 곡선미를 표현하며 한(恨)을 풀어내고 흥과 신명을 일으킨다.
국가무형문화재 (1990)
임수정, 『한국의 무속장단』, 민속원, 1999. 노동은외, 「무형문화재도살풀이춤 장단복원보고서」, 중앙대학교 한국음악연구소, 2005. 정병호, 「무형문화재 조사보고서 제185호 살풀이춤」, 『무형문화재조사보고서』20, 문화재관리국, 1990. 정선희, 「경기시나위 도살풀이춤의 원형성과 예술성 연구」, 박사학위논문 성균관대학교 대학원, 2017. 한수문, 「김숙자류 경기시나위춤에 대한 고찰」, 『공연문화연구』21, 2010.
임수정(林守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