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승무, 철석바라승무
승무의 한 종류로, 장삼춤을 추다가 바라를 들고 치면서 추는 춤
바라승무는 일제강점기라는 특수한 사회상황으로 인해 탄생된 춤으로 한성준(韓成俊, 1874~1942)이 〈승무〉의 대체 작품으로 안무한 춤이다. 따라서 바라승무는 승무와 유사 형태로 장삼춤과 바라춤이 합쳐진 이중 구성으로 되어있다. 바라를 철석거리면서 친다하여 〈철석바라승무〉라 하기도 한다. 한성준이 손녀인 한영숙(韓英淑, 1920~1989)과 제자인 장홍심(張紅心, 1914~1994)을 위해 안무한 바라승무는 장홍심을 거쳐 이성자가 이어받아 전승되었다.
바라승무는 일제강점기라는 특수한 사회상황과 〈승무〉의 초연 이후 일어난 불교계의 강한 반발에 대한 대안으로 탄생한 춤이다.
1935년 한성준은 부민관에서 그의 안무작 〈승무〉를 초연하였는데, 큰 호응을 얻지 못하였을 뿐만 아니라 〈승무〉의 기원을 황진이와 지족선사의 파계로 연결하여 불교계의 반발을 가져왔다. 이에 〈승무〉의 원형과 구조는 그대로 두고 북놀음 부분에서 북 대신 바라를 치면서 춤을 추게 하였으며, 〈승무〉의 절정에서 장삼과 고깔을 벗었던 것을 벗지 않고 입은 상태로 바라를 치면서 추는 춤으로 대체하였다. 〈승무〉의 장삼과 고깔을 벗는 것은 파계의 상징 표현으로 해석되어 불교계의 반발을 불러왔기에 이를 피하려 한 것이다. 또 1940년 일본공연 때, 〈승무〉에 사용되는 북 중앙에 태극 문양이 그려져 있다는 이유로 일본은 승무 공연을 불허하였다. 한성준은 이 같은 일련의 상황들을 타계하기 위해 〈바라춤〉 또는 〈노승무〉라는 명칭으로 〈승무〉를 추게 하였다. 바라승무에 대한 최초의 기록은 1938. 01. 19일자 동아일보 기사에 보인다. 이 기사에는 1937년 12월 조선음악무용연구회 창립공연을 언급하면서 당시 공연되었던 작품 중 하나로 〈바라춤〉을 소개하고 있는데, 이때의 〈바라춤〉은 바라승무일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1938. 4. 23일자 조선일보에 1938년 5월 2일 향토연예대회 중 고무용대회 종목으로 〈승무〉가 나열되어 있으나 이 〈승무〉인지 바라승무인지 확인되지 않는다. 그리고 1938. 6. 19일자 조선일보에 비로소 ‘바라무(鉢羅舞(僧舞))’ 라는 제목이 보인다.
한성준으로부터 장홍심에게 전승된 바라승무는 당시 키가 컸던 장홍심의 신체조건과 춤의 실력을 감안하여 안무한 것이다. 이 작품은 1939년 5월 23일 대구에서 〈바라춤〉이라는 명칭으로 장홍심이 처음 선보였다. 이후 1982년경 국립극장 소극장에서 열린 한국명무전에서 다시 장홍심에 의해 공연되었고, 장홍심의 제자인 이성자에게 전해져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바라승무는 〈승무〉처럼 장삼을 활용한 〈장삼춤〉과 바라의 리듬 중심 움직임이 합쳐진 이중구조로 되어 있다. 또 〈장삼춤〉이 끝나면 북을 치는 〈승무〉와는 달리 북 대신 바라를 들고 춘다.
바라승무의 〈장삼춤〉은 장삼을 입고 추는데, 염불과장, 자진염불과장, 허튼타령과장, 자진허튼타령과장, 경기굿거리과장, 자진굿거리과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염불과 자진염불이 한 틀을 이루고, 허튼타령과 자진허튼타령을 또 한 틀을, 굿거리장단과 자진굿거리장단이 한 틀을 이루는 3단계 구조를 가지며, 한 틀 거리 안에서 느리게 시작하여 점차 음악의 속도가 빨라지는 전개의 구성이다. 빠른 장단들은 대부분 다음 과장으로 넘어가기 위한 다리 역할을 하기 때문에 장단수가 짧으며, 바라를 향해 장삼을 뿌리는 사위가 중심이 된다. 자진 굿거리과장에서는 소매 밖으로 팔을 빼서 북채를 놓고 장삼자락을 뒤로 묶은 후 바라를 들고 추는 〈바라춤〉이 이어진다.
〈바라춤〉의 구성은 자진굿거리과장- 굿거리과장- 자진굿거리과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굿거리과장은 연풍대 동작이 중심이 된다. 장삼춤의 전개가 느림에서 빠름의 구조를 통해 점층적으로 상승하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면 바라춤은 빠름에서 느림으로, 다시 빠름으로 전환되어 맺음을 하고 있다. 따라서 바라승무 춤의 구조는 〈장삼춤〉과 〈바라춤〉이 서로 대비되는 구조적 특징을 가진다.
○ 주요 춤사위
바라승무의 춤사위는 팔사위, 디딤사위, 몸통사위로 구분할 수 있다. 팔사위는 장삼을 입고 장삼의 긴소매를 활용하기 때문에 뿌림사위, 던짐사위, 얹는 사위, 감는 사위 등이 중심이 되며 학사위, 필체사위, 머릿 사위, 활개펴기 사위 등이 있다.
몸통사위는 몸통의 움직임을 가리키며 엎드림 사위, 몸통비틀기 사위, 몸 돌리기 사위, 사선 눕히는 사위, 몸 구부림 사위 등이 있다.
발동작 중심의 발디딤사위로는 비디딤 사위, 까치걸음, 한발들기, 사위한발 찍기 사위, 잉어걸이,발 모아 돌기 사위, 완자걸이, 연풍대 등이 있다.
○ 악기 편성
바라승무에 사용되는 반주 음악은 삼현육각으로 , 악기의 편성은 장구1, 피리2, 대금1, 해금1, 북1의 구성이다.
○ 음악 구성
1) 장삼춤과장
긴 염불(18장단) -자진 염불(8장단) - 느린 허튼 타령(20장단) - 자진 허튼 타령 (6장단)– 경기 굿거리(24장단) - 자진 굿거리(8장단)로 마무리된다.
2) 바라춤과장
〈장삼춤〉이 끝난 후 추어지는 〈바라춤〉은 경기 능게 가락을 태평소로 불기 시작하면서 〈바라춤〉이 시작된다. 이 후 자진굿거리(56장단) - 굿거리(8장단)- 자진 굿거리(12장단)의 음악구성으로 전개된다.
○ 복식 장홍심류 바라승무에서는 남녀의 구분 없이 모두 흰색 바지저고리를 입거나 옥색 바지저고리를 입는다. 그 위에 흑색장삼을 입고 왼쪽 어깨 위로 홍가사를 두르며 흰고깔을 머리에 쓴다. 종아리부분에는 바지와 같은 색상의 행전을 착용한다. 장삼의 경우, 〈승무〉 장삼은 장삼소매 아랫부분에 트임을 내는 것에 비해, 바라승무는 어깨 윗부분부터 트임을 낸다는 것이 다르다. 이는 바라를 치면서 춤을 출 때 장삼소매자락이 방해가 되므로 장삼소매자락을 뒤로 묶어 움직임에 방해가 되지 않게 하기 위함이다. ○ 무구 바라승무의 무구로는 대바라가 사용된다. 바라춤에 사용되는 대바라는 38cm 지름의 대바라로 홍끈(붉은 끈)으로 바라를 묶어서 사용한다.
한성준의 〈승무〉가 한영숙, 강선영(姜善泳, 1925~2016), 김천흥(金千興, 1909~2007) 등에게로 전승되어 전국적으로 확산된 반면, 바라승무는 장홍심에게만 전승된 탓에 춤이 널리 확장되지 못했다. 현재 한성준을 뿌리로 하여 전승된 춤들 중 그 구조가 유사한 한영숙류 〈승무〉와 비교되는 차별성과 초기 춤의 원형성을 보존한 작품이라는 점에서 그 가치와 의의가 있다.
백현순, 『장홍심바라승무의 춤사위 분석』, 한국무용연구학회, 2020, 한국무용연구, Vol.38 No4. 송미숙, 『장홍심바라승무의 형성과 발전에 관한 연구』, 영남춤학회, 2021, 영남춤학회지, Vol.9 No1. 송상욱, 『장홍심바라승무의 특징과 춤사위 분석』, 중앙대학교 대학원 석사학위 논문, 2010.
이애현(李愛賢)