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신칼춤, 장군칼춤, 신장칼춤, 군웅칼춤, 칠성칼춤, 언월도춤, 철룡도춤, 무당칼춤
굿에서 무당이 신과 융합되어 인간 삶의 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신칼을 들고 추는 신앙의례춤
신칼춤은 굿에서 신과 교신 가능한 영매자로서의 무당이 주어진 목적 달성을 위해 여러 가지의 신칼을 들고 갖가지 신비하고 율동감 넘치는 춤사위를 펼쳐 보이는 신앙의례춤이다.
칼은 원시사회에서 신앙의례를 비롯한 수렵과 전쟁, 부족민의 단합을 위한 제천의례 등에서 폭넓게 쓰여왔다. 칼을 들고 춤을 추는 칼춤 역시도 이러한 오랜 역사와 함께 한다. 『삼국유사三國遺事』에는 단군의 아버지 환웅(桓雄)이 천제(天帝) 환인(桓因)에게서 받았다는 청동거울, 청동방울과 함께 청동검이 천부인(天符印) 세 개 중 하나로 되어 있다. 고조선 건국과 관련된 영물(靈物)에 칼이 들어 있는 것을 보아도 칼춤의 역사를 짐작케 한다. 중국 지안(集安) 국내성(國內城)에서 출토된 고고학 자료 금동패식(金銅牌飾)에서는 무사가 환두대도와 단검을 양손에 들고 칼춤을 추는 모습이 나온다. 이는 삼국시대에 칼춤이 존재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이기도 하다. 문헌 자료에 전하는 칼춤은 황창무(黃昌舞)가 대표적이다. 신라 황창이 검무를 잘 추어 이름을 날렸는데, 백제 왕 앞에서 검무를 추다 그를 죽이고 자신도 잡혀서 죽임을 당했다. 그 후, 신라인들이 화랑의 애국적 정신을 추모하기 위해 황창 가면을 쓰고 검무를 추었다는 내용이 『동경잡기풍속조東京雜記風俗條』,『삼국사기三國史記』, 『문헌비고文獻備考』 등에 전한다. 고구려 고분벽화에도 검무가 나온다. 황해도 안악군에서 발굴된 동수묘에 사람이 검무를 추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한편, 신앙의례에서 추어지는 신칼춤은 굿의 긴 역사와 함께했을 것이지만 문헌으로는 전해지는 것은 그다지 오래되지 않는다. 조선조 말기에 간행된 『무당내력巫堂來歷』의 그림 자료에 비로소 신칼춤이 나온다. 서울굿 대거리 그리고 별성거리에서 무당이 신칼을 오른손에 들고서 왼손에 든 삼지창과 함께 신칼춤을 추는 내용이 나온다.
칼은 ‘갈’의 옛말이며, 그 어원은 동사 ‘갈다[磨·硏]’ 어간이 독립하여 명사화한 것이다. 칼을 한자어에서는 도(刀)와 검(劍)으로 구분하여 칼몸[刀身]이 휘어지고 한쪽만 날이 있는 것을 도(刀)라 하고, 칼몸이 곧고 양쪽 면 모두에 날이 있는 것은 검(劍)이라 한다. 그러나 무속신앙에서는 이 모두를 총칭하여 신칼이라 한다. 신칼은 무속신앙에서 봉신 되는 신(神)의 상징물로써 영물(靈物)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신을 위해 베풀어지는 신앙의례의 신구(神具)이기도 하다.
신칼춤은 신(神)을 놀리기 위해 신칼을 들고 추는 춤이다. 그런데 무속신앙에서 모셔지는 영적 존재의 신(神)은 거대한 힘을 지니기 때문에 접두사 대(大)를 붙여 대신(大神)이라 칭하고 그에 쓰이는 신칼 또한 대신칼이라 한다. 따라서 신칼은 대신칼이며 신칼춤은 대신칼춤으로 통용된다. 신칼(대신칼)은 칼끝에 삼색천이나 오색천을 나불거리도록 매달아 두고 칼몸을 잡고 춤을 추면 흔들리면서 신의 강림을 표명한다.
한편, 신칼춤은 신의 대상에 따라 그리고 칼의 모양에 따라 갖가지 춤이 존재하므로 그 명칭 또한 다양하다. 장군칼춤, 신장칼춤, 군웅칼춤, 칠성칼춤, 언월도춤, 철룡도춤 등이 그것들이다. 이와같이 여러 형태의 신칼춤(대신칼춤)은 무당이 굿에서 추는 춤이라 하여 일반인들 사이에서는 무당칼춤이라고 한다.
장군칼춤은 장군을 놀리기 위해 두 개의 장군칼을 양손으로 나눠 들고 추는 춤이며, 신장칼춤은 신장을 놀리기 위해 두 개의 기다란 신장칼을 양손에 나눠 들고 추는 춤이다. 군웅칼춤은 군웅을 놀리기 위해 날카로운 군웅칼 두 개를 양손으로 나눠 들고 춘다. 칠성칼춤은 칠성을 놀리기 위해 양손에 기다란 두 개의 칠성검을 나눠 들고 양검춤을 추거나 또는 오른손에 한 개의 칠성검만을 들고 외검춤을 춘다. 언월도춤(또는 월도라고도 함)은 장군이나 신장을 놀리기 위해 초생달을 상징하는 언월(偃月) 형태의 외 칼을 들고 추는 춤이며, 청룡도춤은 장군이나 신장을 놀리기 위해 칼 몸에 용(龍)이 새겨진 외 칼을 들고 추는 춤이다. 한편, 언월도춤 또는 청룡도춤을 삼지창춤과 함께 출 때는 월도창검춤이라 한다. 월도창검춤 후에는 이 두 개의 영물(靈物)을 양쪽 허리에 걸치고 공수를 내린다.
신칼춤은 굿 음악의 속성과 장단을 제되로 알고 추어야 춤의 신명을 드 높일 수가 있다. 즉, 신칼춤을 추는 무당은 춤 음악을 제되로 알고 추어야 신칼춤의 진정한 의미를 갖게 된다는 것이다. 그랬을때에 비로소 신칼춤을 추는 무당이 무아경 상태의 신놀림의 몸짓을 표현할 수가 있다. 이를 위해선 무당은 음악을 담당하는 악사와 밀접한 관계에 있어야 하고 그로인해 신칼춤의 올바른 의미를 살릴 수 있다. 이는 춤이 음악으로 추어지고 음악은 춤과 더불어 우러나는 이른바 무악(舞樂) 일체성 원리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춤과 음악은 마치 지남철과 같이 서로가 서로를 위한 협력, 협동, 협심의 공생적 상생 관계 속에서 그 가치를 극대화한다. 서울굿 월도창검춤에서는 피리, 해금, 대금으로 구성된 삼현육각의 별상상장 단(또는 허튼타령)과 당악이 연주된다. 처음에는 비교적 느리고 나릿나릿한 춤사위로 진행되다가 빠른 장단의 당악으로 전환되면 양발돋움을 하면서 힘차게 뛴다. 평안도굿 대신칼춤은 대부분이 춤장구라고 하는 휘모리장단과 연풍장단에 맞추어 춘다. 장단이 빠르고 경쾌하므로 춤사위 또한 힘이 있다. 황해도굿에서의 신칼춤은 대부분 막장단이라고 하는 춤장단이 연주된다. 막장단에는 원칙적으로 쌍 장구 상징이 연주되기 때문에 과열함이 더하고 대단히 광란하다.
신칼춤의 의례적 및 예술적 특징은 굿판의 정서와 신앙적 감각이 융합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른바 신앙 행위와 예술 미학이 복합된 춤이 곧 신칼춤이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신칼춤은 신앙 행위로 추어지는 의례춤이지만 이 속에는 미적 감각의 정교한 기교와 셈세한 예술적 감각이 담겨진다. 이러한 신칼춤은 양사위로 행해지는 손놀림, 하늘을 향해 뛰어 오르는 양발 또는 외발 돋음의 발디딤, 신인(神人) 소통과 융합을 추구하는 연풍대의 몸굴림 등 다양한 기법에 의해 춤사위가 펼쳐진다. 신칼춤의 궁극적 목적은 나쁜 액을 쫓고 해로운 기운의 잡귀와 잡신을 몰아낸 후 이로운 길복을 불러 들인다. 신칼춤의 형태적 특징은 힘차고 광란적인 춤사위 표출이다. 광란적 현상들은 주로 외발 돋음, 양발 돋음, 연풍대 등에서 나타난다. 강렬한 신칼 놀림을 통해 신비감을 드높이고 신비스러운 동작을 극대화 한다. 그리하여 초월적 존재와 소통함으로써 신인 화합의 장을 모색하고 좋은 기운과 이로운 서슬을 느높여 삶에 보탬이 될 수 있는 유익한 에너지로 승화토록 돕는다. 이로써 신칼춤은 좋지 못한 나쁜 액을 쫓고 해로운 기운을 제거함으로써 잡귀와 잡신을 몰아내는 의미를 갖는다. 이와같은 신칼춤에는 늘 공리성이 존재한다. 신칼춤 행위의 구조적 특징은 반복적 행위를 통한 선악 분리와 음양 화합이다. 꼭 그러하지는 않지만 신칼춤은 대체로 두 개의 쌍칼로 춤을 춘다. 이는 둘이 하나가 되고 하나가 둘이 되는 이른바 갈림 신칼춤과 섞음 신칼춤을 표출하는 구조이다. 신칼춤의 반복적 행위를 통해 좋고 나쁨을 갈라냄과 음과 양이 합일하여 생산적인 창조의 길을 모색하기 위함이다. 신칼춤은 예술적 감각을 조건화 하지 않는 그야말로 무당 자신의 신들림 상태에서 우러나는 신명적 표현으로써 의의가 있다. 신칼춤은 예술적 미의 감각을 드러내어 남에게 보여주려는 춤이라기 보다는 무당이 신과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신앙적 목적 달성에 도달하기 위한 신앙적 춤으로 추어진다. 그러나 신칼춤은 애초부터 종교 의례적 신앙성에 기반하고 있으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숙달된 무당에 의해 예술성이 가미되어 왔기 때문에 다양한 춤사위를 구사하면서 고도의 기교적 춤을 표현하게 된다. 따라서 신칼춤에 예술적 미의 감각을 포함 시키는 것은 잘못 된 것이 아니지만, 미를 승화시켜야 할 당연성이나 필요성을 갖지 않는 것이 신칼춤 본연의 자세이다. 이러한 까닭으로 굿에서의 신칼춤은 미적 감각이 우선시되어 이른바 보여주기 위한 춤과는 사뭇 구별될 된다. 신칼춤이 궁극적으로 신들림에 의한 신명적 춤이고 신에게 의례를 베풀기 위한 의례춤이며 신의 존재를 기쁘게 하는 종교신앙적 춤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신칼춤은 무당의 몸에 신이 실려 추게 되는 이른바 신춤으로써 역할하고 무당이 접신되어 황홀 상태에서 추어지는 영적춤으로 이해된다.
『東京雜記風俗』 『巫堂來歷』 『文獻備考』 『三國史記』 『三國遺事』 吉林城文物考古硏究所, 『國內城』, 文物出版社, 2004 양종승, 「굿춤의 구조와 본질 그리고 미적양상」, 『민속예술의 정서와 미학』, 1999 양종승, 「경기도 굿춤」 『경기도 민속지』 , 2000, 632-64 양종승, 「민속무용과 예술: 한국 춤과 신춤에 관한 몇 가지 논의」, 『민속과 예술』, 2002 이병옥, 『한국무용민속학』 , 2009 정병호 외, 『무형문화재조사보고서: 무무』 1987 문화재관리국 문화재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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