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굿에서 주로 초감제의 군문열림을 할 때 가장 격렬하게 제장을 돌며 추는 춤
도랑춤은 제주도 굿에서 빠른 장단을 바탕으로 심방이 빠르고 격렬하게 추는 춤을 말한다. 주로 제주도 굿의 신을 청하는 초감제 제차에서 신역(神域)의 문을 여는 군문열림을 할 때 행해진다. 심방(제주의 무당 명칭)이 신자리를 중심으로 제장을 돌면서 격렬하게 춤추는 도랑춤 대목에 이르면 군문열림의 긴장이 가장 고조된다. 이때 심방은 신칼, 요령, 감상기 등의 무구를 갖춘다. 무악기인 연물을 맡는 소미(小巫)들은 심방이 도랑춤을 출 때 ᄌᆞᆽ인석이라는 매우 빠른 장단으로 반주한다.
제주도는 예부터 무속신앙이 성행하였다. 김정(金淨)의 『제주풍토록(濟州風土錄)』이나 중종(中宗) 대의 『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輿地勝覽)』 등과 같은 조선시대 16세기 문헌에서도 그 양상이 기록되었다. 17세기 초반 이건(李健)은 『제주풍토록(濟州風土記)』에서 굿하는 광경을 보며 “심방들이 배교(杯珓)를 던지며 길흉을 말한다(擲杯珓而言吉凶).”라고 기록하였다. 배교(杯珓)는 형상으로 보아 심방의 무구인 상잔과 천문을 이르는 말이다. 이러한 양상은 현재도 그대로 전승된다. 도랑춤 역시 제주도 굿의 역사와 함께 형성되었다고 추정할 수 있다.
제주도 굿에서 도랑춤이 가장 처음이자 중점적으로 행해지는 대목은 초감제의 군문열림이다. 신을 청하는 초감제에서 군문열림은 핵심제차이면서 춤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순서이기도 하다. 군문열림은 〈말미→군문 돌아봄→군문에 인정→군문열림→군문 열린 ᄀᆞ믓 알아봄→산받음→주잔넘김→분부사룀→제차넘김〉으로 이루어진다. 이때 소미는 대령상(待令床)을 문전으로 가져다 놓는다. 세부 제차 진행은 아래와 같다.
심방은 앞선 제차에 이어 군문열림의 순서임을 알린다. 이어 군문(軍門)이 어떤 상태인지 돌아본다고 하면서, 신칼치메를 휘두르고 요령을 흔들며 신자리와 문전을 오가는 춤을 추기 시작한다. 군문의 문지기에게 인정을 바친 뒤에는, 본격적으로 감상기를 들고 군문열림을 한다. 심방은 거듭 감상기를 흔들고 신칼치메를 휘돌리며 춤춘다. 앞으로 나아가기도 하고 뒷걸음질도 하며, 엎드려 절하고 손바닥을 펼쳐 뒤집으며 춤추기도 한다.
군문열림의 기운이 점차 고조되면 드디어 빠른 장단으로 도랑춤이 시작된다. 된다. 심방은 제장을 빠르게 돌아다니면서 어지럽게 춤추며, 크게 뛰어 앉거나 팔을 좌우로 흔든다. 또한 “어허~.” 소리를 내며 더욱 긴장감을 불러일으킨다. 심방과 연물 반주하는 소미들의 호흡이 잘 맞아야 도랑춤의 신명이 살아난다. 소미 하나는 옆에서 거듭 술을 입에 머금고 춤추는 심방과 제장을 향해 내뿜는다.
그 다음에는 군문이 잘 열렸는지 천문점을 쳐서 알아본다. 바로 이어 신칼로도 점을 쳐서 산받음을 한다. 군문열림과 관련한 신들에게 술잔을 권하고, 굿을 의뢰한 본주에게 신의 분부를 전한다. 그 뒤 군문열림에 이어지는 다음 제차로 넘긴다는 말을 하여 마친다.
굿의 규모와 성격에 따라 심방은 초감제에서 관디(冠帶) 혹은 퀘지(快子)라는 복식을 갖춘다. 군문열림을 할 때는 신칼, 요령, 감상기를 사용하며 춤춘다. 신칼과 요령은 산판과 함께 멩두라고 하는 것으로, 심방이 모시는 무업조상이자 핵심무구이다. 감상기는 주로 신을 청할 때 사용한다. 종이를 일정하게 오려 만드는 기메의 하나로, 감상기는 오린 종이를 푸른 잎이 달린 댓가지에 묶은 것이다. 한편 시왕맞이의 초감제에서는 감상기 외에 영기와 명기(몸기)라는 기메도 쓰인다.
도랑춤은 제주도 굿에서 가장 격렬한 춤이다. 제장을 빠르게 거듭 돌아다니면서 춤춘다고 하여 도랑춤이라고 부르는 것으로 보인다. 신역의 문을 여는 군문열림은 본격적으로 굿춤이 선보이는 제차이다. 군문열림에서도 도랑춤을 추는 순서에 이르러 빠른 장단을 바탕으로 굿판의 엄숙함과 긴장감을 한껏 끌어올린다. 굿판의 단골주민들도 이 대목을 매우 중시하여 바라본다. 군문열림 외에 다른 제차에서도 ᄌᆞᆽ인석 장단으로 빠르게 춤추는 대목은 도랑춤으로 여긴다.
강정식, 『제주굿 이해의 길잡이』, 민속원, 2015. 강정식ㆍ강소전ㆍ송정희, 『동복 정병춘댁 시왕맞이』, 제주대학교 탐라문화연구소, 2008. 국립무형유산원, 『제주도 동복신굿』, 국립무형유산원, 2019. 문무병, 『제주도의 굿춤』, 도서출판 각, 2005. 현용준, 『제주도 무속 연구』, 집문당, 1986. 강소전, 「제주도 심방의 멩두 연구 : 기원, 전승, 의례를 중심으로」, 제주대학교 박사학위논문, 2012. 박영애, 「제주도 초감제 굿춤 연구」, 한양대학교 박사학위논문, 2015.
강소전(姜昭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