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속의례(巫俗儀禮)에서 종이로 만든 무구(舞具)인 지전을 들고 연행하는 춤
망자(亡者)의 영혼을 씻어서 저승으로 보내는 무속의례인 진도씻김굿에서 굿을 주재하는 무녀는 망자가 저승길에 사용할 돈을 상징하는 엽전 모양의 종이로 만든 지전을 들고 춤을 추며 넋을 위로하고 극락왕생(極樂往生)을 기원한다. 진도씻김굿에 추어지는 무무(巫舞)의 주류를 이루는 지전춤은 대대로 무업을 이어오며 다듬어진 세습무가(世襲巫家)의 예술성과 연희성의 요소를 담고 있다.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진도씻김굿은 대대로 이어진 세습무에 의해 주관되어 온 죽은 이를 위한 의식이다. 진도는 섬이라는 특성상 오랜 세월동안 많은 세습무가들이 씻김굿을 그들의 방식대로 전승 발전해 오고 있다. 진도의 세습무계 중 박가계는 9대째 씻김굿을 전승하고 있으며 굿을 주관하는 무녀(巫女)는 무가(巫歌)와 춤으로 굿을 진행하다. 지전춤은 진도씻김굿의 여러거리에서 추어지고 제의를 진행함에 있어서 무가와 무가를 연결시켜주고 굿의 시작과 종결을 짓고 굿전체의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중요한 기능과 역할을 다양하게 수행하고 있다. 진도씻김굿의 지전춤은 대대로 무업을 이어오며 다듬어진 예술성과 연희성의 요소를 담고 있고 표현이 고도의 기능과 품격을 지니고 있다. 씻김굿의 의식이 진행되는 동안 무녀는 무가와 춤으로 의식을 이끌어 나가고 음악을 연주하거나 바라지를 해주는 고인은 무녀의 연희를 도와 악기연주와 노래를 부른다. 조상대대로 이어진 가(歌)·무(舞)·악(樂)의 학습과 굿의 절차에 통달해야만 진행할수 있는 세습무의 연희인 진도씻김굿은 1978년 8월20일 YMCA 강당에서 행한 발표회에서 각계의 찬사를 받았으며 그 의식의 예술성 특히 음악적 가치와 무무(巫舞)에 대하여는 높이 평가 되었고 이로 인하여 진도씻김굿은 1980년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되었다. 지전춤은 무속의례인 진도씻김굿의 연행속에서 무녀에 의해 추어지는 춤으로 진도씻김굿과 함께 그 맥을 이어오고 있다.
○ 연행시기 및 용도
무녀는 진도씻김굿을 진행하며 거리(초가망석, 손님굿, 제석굿,씻김, 길닦음)의 마지막 부분에는 지전춤을 추며 마무리를 한다. 지전춤은 청신(請神), 오신(娛神), 송신(送神), 진혼(鎭魂), 세령(洗靈)등의 제의적 기능과 축귀(逐鬼), 의료(醫療)등의 기능을 가지고 있으며 무무의 주류를 이루고 있다. 지전춤은 진도씻김굿의 의례과정중 망자의 영혼과 신과의 소통을 연결시켜주는 역할을 하며 망자 특히 조상이나 한스럽게 죽은 사람들의 혼을 달래는 진혼무, 씻겨서 위로하는 세령무, 극락으로 인도하는 의미를 담고 추어진다.
○ 구성
씻김굿의 거리중 초가망석에는 무녀가 진양장단에 노래하다가 흘림장단과 살풀이 장단(살풀이춤에 사용되는 느린 3분박 4박의 살풀이장단과 달리 진도씻김굿에 사용되는 살풀이장단은 2분박 6박으로 자진굿거리장단 속도로 연주 한다)에 지전을 들고 춤을 춘다. 손님굿에는 무장단으로 사설을 노래하다가 뒤에는 자진굿거리 장단에 지전을 들고 춘다. 제석거리에서는 진양장단의 육자배기 노래로 시작해서 굿거리장단으로 제석춤을 추고 엇머리, 자진모리 장단에 지전춤을 춘다. 씻김에서는 흘림으로 시작해서 엇모리장단으로 신칼지전을 들고 지전춤을 춘다. 길닦음에서는 느린 진양장단에 춤을 추다가 중모리나 엇모리장단에 맞춰 춘다.
○ 짜임새
강신무의 수직구조의 굿춤과는 달리 좌우로 왕래하거나 회전하는 수평구조의 춤사위가 많이 나타난다. 지전춤은 일정한 규격이 있는 춤은 아니라 무법의 기본인 바람막이 점(點)춤을 모체로 하여 여러 가지 쪼갬춤으로 변화 발전시키고 있다. 손에 쥔 지전으로 인하여 다양한 선이 나와 우아하고 아름답고 다른 지방에 비하여 발을 올리거나 뛰는 동작이 거의 없고 제자리에서 정지한 동작으로 감정을 맺고 그것을 적절하게 어르다가 푸는 것이 특징이며 장단에 따라 일정한 동작맥이나 동작군을 가지고 있으나 굿의 목적과 내용 그리고 그때 그때의 상황에 따라 생동적이고 즉흥성을 띠기도 한다.
○ 주요 춤사위
진도지역의 세습무녀들의 지전춤에 나타나는 춤사위는 바람막이, 외바람막이, 좌ㆍ우치기, 쳐올리기, 태극무늬, 가위질, 상모놀음, 회오리 바람, 다듬이질, 꽃봉오리 등이다. 지전을 날리며 원형, 나선형, 태극선 등을 만들어 내며 추어지는 지전춤은 전체적으로 곡선형태의 춤사위가 주를 이루고 있으며 제자리춤인 점(點)춤과 때로는 박진형(泊進型),을자진형(乙字進型), 회전형(廻轉型), 나선형(螺線型) 등의 구조로 조화를 이루는 공간이동을 보여주며 춤이 진행된다.
사용하는 악기는 장구, 징, 북, 피리, 대금, 해금, 아쟁, 가야금 등이 있다. 그밖에 정주(종모양의 무구) 복개(밥그릇뚜껑)를 보조악기로 사용하기도 한다. 씻김굿의 진행도중 무녀가 노래를 부르거나 춤을 출 때 징, 장고, 북 등의 타악기와 피리, 대금, 아쟁, 해금등의 선율악기 그리고 몇몇 고인들의 바라지가 반주음악으로 뒤따르게 된다. 지전춤은 이러한 육자배기토리로 된 허튼가락인 시나위 무속음악을 반주로 하여 추어진다. 춤에 쓰이는 장단은 유동적이다. 노래 부르는 사이사이에 수시로 춤을 추기 때문에 노래 부르는 장단이 곧 춤장단이 되기도 한다. 지전춤은 진도씻김굿의 여러 거리에 추어지며 장단 또한 살풀이장단, 자진굿거리 장단, 엇모리 장단, 흘림장단, 진양장단, 중모리 장단, 자진모리장단 등 다채롭게 나타난다.
○ 복식 진도씻김굿 무녀들의 복식인 흰색저고리, 흰색치마와 흰색버선을 신는다. 제석거리에서는 제석신을 상징하는 고깔과 흰색장삼, 홍띠, 술띠 등을 착용한다. ○ 무구 무구는 지전으로 흰종이로 만든 돈을 상징하는 것으로 흰종이를 가늘게 접어 엽전모양으로 오린 것을 여러가닥 모아서 만든 것이다. 씻김굿을 진행하며 지전을 들고 춤을 춘다. 지전은 돈이 있으면 귀신도 부릴 수 있다고 믿어 돈을 상징한다.
진도씻김굿은 망자가 이승에서 풀지 못하고 맺혀 있는 원한을 풀어주고 넋을 씻어 저승에 천도하여 극락왕생하도록 기원하는 뜻을 담은 굿이다. 대대로 이어오는 세습무에 의해 진행되는 진도씻김굿의 탁월한 시나위 무속음악과 독특한 장단, 악사들의 바라지 등에 맞추어 무녀는 무가를 부르고 지전춤으로 굿을 진행한다. 씻김굿 속에서 행해지는 지전춤은 망자를 달래고 위로하여 극락왕생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지만 작게는 죽은 사람과 굿에 참여하는 살아 있는 가족을 위한 굿임과 동시에 굿을 지켜보는 마을 사람들의 만남을 통해 함께 느끼고 이해하면서 강한 결속력을 부여해 주는 사회적 역할과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죽음에 대한 슬픔을 위로하는 의례적인 요소를 가진 지전춤은 무가의 보조수단으로 추어지기도 하고 악사반주와 함께 춤으로만 추어지기도 한다. 또한 지전춤은 제의의 진행에 있어 무가와 무가를 연결시켜 주고 , 굿의 내용을 설명, 심화시키며, 시작과 종결을 짓고, 굿 전체의 분위기를 조성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 망자의 맺힌 한을 풀어주고 씻겨서 저승으로 인도하여 극락왕생하도록 한다는 의미로 추어지는 지전춤은 의식무(儀式舞)의 제의적(祭儀的) 속성과 축귀적(逐鬼的), 축원적(祝願的) 기능을 지닌 상징성이 강한 춤이다.
국가무형문화재(1980)
문화재연구소,『巫舞』,문화재관리국 문화재연구소, 1987. 임수정 , 『한국의 무속장단』, 민속원, 1999. 정병호, 『한국춤』, 열화당, 1985. 염현주, 「진도씻김굿 지무계보와 굿춤의 양상」박사학위논문 동덕여자대학교 대학원, 2013. 정병호 ,「진도씻김굿의 무무」, 『무형문화재조사보고서』129, 문화재관리국, 1979.
임수정(林守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