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신무관, 손신춤
동해안굿에서 무당이 양팔을 격렬하게 흔들거나 뿌리면서 추는 춤
동해안굿에서 거무장단 또는 삼오장장단 등에 맞추어 양팔을 빠르게 흔들거나 뿌리면서 추는 춤이다. 무당은 주로 쾌자 또는 활옷 자락, 손수건, 신칼, 부채, 지화(紙華) 등을 사용하여 역동적으로 손신무관을 춘다.
동해안지역의 별신굿은 주로 세습무 집단이 주재하는 마을굿으로, 화려한 무악(巫樂)과 무가(巫歌), 굿춤(巫舞)이 결합된 제의이자 종합적인 예술행위이다. 이러한 예술적 표현들은 마을로부터 굿 진행을 위탁받은 당주를 중심으로 한 무집단, 그리고 마을이 지속해온 굿 관행과 제반 조건들의 관계 속에서 이루어진다. 그러므로 별신굿의 춤판은 ‘○두리’라는 주기성 속에서 반복되어 온 제의의 전통과 현실적 상황들이 만들어낸 연행의 결과라 할 수 있다. 이 중에서 무당의 몸을 통해 전승되는 굿춤 사위를 ‘무관’이라고 한다. 오늘날 ‘손신무관’은 전래명칭으로 분류되고 있지만, 그 유래는 알 수 없다. 무녀들은 손신무관을 소신무관, 솟을무관, 서순무관, 손시깨무관 등으로 일컫기도 하며, 이 춤에 대한 인식 또한 다양하다. 부연하자면, 손신무관은 ‘속히 춘다(김영달)’, ‘손을 솟구쳐 춤춘다(빈순애)’ 등과 같이 빠르고 솟구쳐 오르듯이 추는 춤으로 이해되기도 하며, 일부 무녀는 ‘손으로 신이 내린다(김영희)’, ‘신이 올랐을 때 추는 춤(이순덕)’ 등으로 신(神)의 현현(顯現)을 형상화하는 춤으로 설명하기도 하였다.
○ 춤의 구성
동해안 지역 별신굿은 제의의 큰 틀에서 볼 때, 마을의 수호신인 골맥이를 모셔 와서 대접한 뒤 본디 좌정처로 보내드리는 일련의 과정으로 이루어진다. 이렇듯 별신굿은 동신(洞神)인 골맥이를 주신으로 두고 여러 청배신을 불러들여서 벌이는 제의이지만 굿거리의 구성은 지역별로 조금씩 차이가 난다. 이러한 제의적 이중구조 속에서 손신무관은 주로 주신을 즐겁게 하는 한편 청배신을 모셔서 신과 인간이 함께 즐기는 가운데 현실적인 문제의 해결을 기원하는 과정에서 연행된다.
○ 춤의 짜임새
손신무관이 포함된 굿거리는 대개 푸너리장단으로 시작해 청보장단에 맞춰 노래를 부르고 거무장단에 춤을 춘 다음 수부채로 마친다. 여기서 손신무관은 거무장단에 맞춰 추는 춤이다. 그리고 거무장단에서는 맨손춤뿐만 아니라 살풀이수건, 부채와 쾌자자락 등을 쥐고 추는 무당의 장기춤 삽입이 가능하다.
거무장단 초중반에서는 주로 앞디딤, 뒷디딤, 감아딛기, 꼬아디딤과 모둠발 등의 비교적 안정적인 춤사위를 취한다면, 거무장단 후반부에서는 발디딤에 뛰는 사위가 더해진다. 후반부로 갈수록 동작은 더욱 빨라지는데, 이때 팔사위는 양팔을 든 상태에서 빠르게 뿌리거나 감기, 그리고 흔드는 사위가 주를 이룬다. 부연하자면, 거무3장에 맞추어 추는 손신무관은 뛰면서 양팔을 격렬하게 흔들거나 뿌리는 동작을 하면서 몸을 상하로 빠르게 움직이는 춤인 것이다. 손신무관에는 도리깨무관1, 까불무관2, 자치무관3 등 다양한 춤사위가 포함되어 있다.
1) 양손을 왼쪽 어깨로 가져가 보리타작을 하듯이 앞으로 뿌리고 이어서 양손을 오른쪽 어깨로 가져가 앞으로 뿌린다.
2) 양손을 머리 위에서 키를 치듯이 왼쪽, 오른쪽 까불까불하면서 위로 뿌린다.
3) 1박에 오른손은 오른쪽 어깨에 올려 메고, 왼손은 오른쪽 겨드랑이를 스친다. 2박에는 양쪽 팔을 위로 뿌린다. 3박에는 왼손은 왼쪽 어깨에 올려 메고, 오른손은 왼쪽 겨드랑이를 스친다. 다음 4박에는 양쪽 팔을 위로 뿌린다.
이와 같은 손신무관은 주로 청보무가를 포함하는 굿거리에서 연행되며 이 외에도 세존굿, 꽃노래굿 등에서 추기도 한다.
치마저고리 위에 쾌자를 덧입고 술띠(허리띠)와 가슴띠를 두른다. 일반적으로 남색 쾌자에 연두색 가슴띠를 매지만 무당에 따라 쾌자의 색깔과 장식 등은 다를 수 있다. 머리는 큰머리에 흰색 천으로 만든 끈과 꽃으로 치장한다. 무녀는 쾌자 앞자락을 양손에 갈라 쥐고 춤을 추며, 손수건, 살풀이수건, 신칼, 부채, 활옷 자락, 지화(紙花) 등을 사용하기도 한다.
굿은 경건하게 신을 맞이하는 청신(請神), 정성을 다해 신을 즐겁게 해드리고 그런 가운데 신인(神人)이 동락하는 오신(娛神), 고마운 마음으로 삼가 신을 떠나보내는 송신(送神)의 순차적 구조를 바탕으로 연행된다. 이 일련의 과정에서 춤은 매번 등장하여 제의적 의미를 드러내는 한편, 축제적 연행으로서 별신굿이 갖는 유희성을 표출하는 예술적 기제로서 작동하기도 한다.
여기서 손신무관은 오신의 기능과 신의 현현(顯現)을 상징하는 중요한 제의적 기능을 담당한다. 이와 관련하여 세습무들은 ‘오랫동안 굿춤을 추다 보면 신이 내렸음을 느낌으로 알 수 있다’고 설명했으며, 일부 강신무들은 ‘손신무관과 토구름(접신(接神)의 상태를 상징하는 몸짓)을 추는 동안 불현듯 신이 보인다’고도 하였다. 이렇듯 신과 직접적인 소통을 전제한 제의적인 춤은 무구(巫具)와 사람의 몸이 하나가 되어 떨기와 비틀기, 흔들기 등 특이한 움직임을 보여줌으로써 신의 임재(臨在)를 표상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손신무관은 춤사위가 매우 다채롭고 역동적이기 때문에 무당의 예술적 기량을 돋보이게 하는 춤이기도 하다. 그리고 쾌자 자락, 신칼, 지화(紙花) 등을 무구(舞具)로 사용하여 춤의 화려함을 강조할 뿐만 아니라 빠른 장단과 움직임으로써 유희성을 표출하여 제의적 긴장을 해소하기도 한다. 이에 마을 주민이 무당의 손신무관을 따라 추기도 하고 일시적으로 허튼춤판이 벌어지기도 한다.
동해안별신굿: 국가무형문화재(1985)
손정일, 「김용택 전승의 동해안 무속장단 연구」, 계명대학교 박사학위논문, 2014. 전성희, 「동해안지역 굿춤의 전승과 변화」, 안동대학교 박사학위논문, 2016. 전성희ㆍ한양명, 『동해안별신굿의 굿춤』, 민속원, 2017. 정병호 외, 『무무(巫舞):무형문화재조사보고서(8)』, 예능민속연구원, 1987. 황인주, 「수망오귀굿의 춤 연구: 동해안 지역을 중심으로」, 이화여자대학교 석사학위논문, 1983.
전성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