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안굿에서 무당이 삼현장단에 맞춰 자유롭게 추는 춤
서해안굿에서 굿거리를 진행하는 동안 신명이 오른 무당이 삼현장단에 맞춰 즉흥적으로 추는 춤이다. 여기서 삼현장단은 느린허튼타령 또는 허튼타령 장단과 같다. 무당은 신체(身體)의 여러 부위를 자유자재로 놀리면서 추는 삼현춤을 통해 신(神)의 다양한 모습을 표현한다.
삼현춤의 유래는 알 수 없다. 하지만 황해도지역의 만신으로부터 내림굿을 받았거나 황해도굿을 배운 1세대 무속인들이 인천지역의 내림굿, 불릴굿, 배연신굿, 재수굿 등에서 삼현춤을 췄던 것으로 보인다. 이는 당시의 무가와 굿 내용을 통해 확인된다. 먼저 유옥선(1924년생, 황해도 유연면)은 1985년 대감거리에서 “가래는 인간을 막아주고 각골에 산통놓아 명장구 복장구 세울 날 없이 불려주겠으니 그리 알고 우리 한번 옛날에 추던 삼현춤이나 건들거리면서 놀아보자”라고 말한 뒤 삼현춤을 췄다. 그리고 김매물(1939년생, 경기도 옹진군)은 1986년 성수거리에서 “에-오냐, 장군님이 노실 적에 검은 작두 희게 갈아 외작두 건너서 쌍작두로 눌러 타면서 삼현춤을 추면서 놀아보자”라고 말한 뒤 작두 위에서 삼현춤을 췄다. 이를 통해 황해도굿에서 오래전부터 삼현춤을 추며 놀았음을 짐작할 수 있다. 한편 김금화(1931년생, 황해도 연백군) 만신을 주축으로 전승되어 온 서해안배연신굿 및 대동굿에서는 성수거리, 대감거리, 초부정ㆍ초감흥굿, 세경돌이(문잡아 들음) 등에 삼현춤이 포함되어 있다. 그러므로 삼현춤은 한국전쟁 때 황해도지역에서 월남한 무속인들에 의해 전승되어 오늘날 서해안 지역의 굿에서 나름의 전승력을 확보한 춤으로 볼 수 있겠다.
○ 춤의 구성
삼현춤은 무당에 따라 생략되기도 한다. 하지만 오늘날 서해안배연신굿 및 대동굿에서의 삼현춤은 성수거리에서 비교적 고정적인 절차로서 추어지고 있다. 성수거리에 포함된 신장거리에서 무당은 쾌자 위에 삼동달이(신장옷)와 전립을 착용한 채 신장칼을 쥐고 장군놀이를 한 뒤에 흘림공수를 내린다. 다음 쾌자 위에 장군팔배(삼토신장옷)를 덧입고 마래기를 쓴 뒤에 장군칼을 들고 춤을 춘다. 장구잽이 앞에 앉아서 춤을 추다가 긴노래를 부르고 공수를 내린 뒤에 삼현춤을 춘다. 이어서 무당은 선 상태에서 삼현춤을 추고 소사반 넘기기(쌀이 담긴 주발을 빠르게 돌림)와 덕담(德談)을 한다. 여기서 삼현춤은 공수와 덕담 사이에 위치한다.
이 외에도 초부정·초감흥굿, 대감놀이 등에서 무당은 주로 공수를 내린 뒤에 삼현춤을 추며, 대감놀이에서는 줄타기 시늉을 하면서 삼현장단에 맞추어 춤을 추기도 한다. 하지만 삼현춤은 무당이 즉흥적으로 추는 춤이므로 그 내용과 구성이 일정하지는 않은 편이다.
○ 주요 춤사위 삼현춤은 크게 앉은춤[坐舞]과 선춤[立舞]으로 구분된다. 앉은춤은 무릎을 꿇은 상태에서 팔을 휘젓거나 메고 감는 등의 동작으로 구성된다. 이때 엎드리거나 머리를 흔들기도 한다.
선춤의 경우, 발사위에는 앞디딤, 뒷디딤, 돋움, 발 들기 등이 있으며, 회무(回舞)를 추기도 한다. 팔사위로는 팔 메기와 감기, 팔 벌리기, 좌우치기, 상하치기 등이 있다. 무당은 어깨와 팔을 늘어뜨렸다가 다양한 팔사위를 더하며, 어깨를 들썩거리면서 건들거리기도 한다. 이 외에도 무당은 뒷짐을 쥔 상태에서 고개를 끄덕거리기도 하며, 사방을 둘러보거나 엉덩이를 흔들면서 눈을 끔뻑거리는 등 신의 다양한 모습을 익살스럽게 표현한다.
삼현춤의 복식은 굿거리마다 다르게 구성된다. 먼저 성수거리에서는 치마저고리 위에 쾌자와 장군팔배(삼토신장옷)를 덧입고 마래기를 착용한다. 이때 무당은 맨손춤을 춘다. 다음으로 초부정ㆍ초감흥굿에서는 홍치마에 남색 쾌자, 홍관디를 입고 머리에는 자수수건과 호수갓을 착용한다. 그리고 소당기와 부채를 사용한다. 마지막으로 대감놀이에서는 홍천릭에 꽃갓(빛갓)을 쓰거나 쾌자에 전립을 착용하고 대감기를 들기도 한다.
삼현춤은 무당이 신체(身體)의 여러 부위를 자유자재로 놀리면서 춘다는 특징을 지닌다. 부연하자면, 고갯짓과 어깻짓을 포함한 다양한 춤사위와 표정으로 신들의 몸짓을 표현하는 것이다. 오늘날 무당의 예술적 기량을 선보이는 춤이 축소되거나 정형성을 갖춰가는 상황 속에서 삼현춤은 무당의 즉흥성이 강조된 자유춤이라는 점에서 주목할만하다. 한편 서해안굿이 지닌 제의적 맥락 속에서 삼현춤이 공수를 내린 뒤에 연행되는 것으로 봐서, 삼현춤은 청배신을 모셔서 신과 인간이 함께 즐기는 가운데 현실적인 문제의 해결을 기원하는 과정에 추어지는 춤으로 볼 수 있겠다.
서해안배연신굿 및 대동굿: 국가무형문화재(1985)
오늘날 황해도굿은 인천, 경기, 그리고 충청도 서해안 지역에서 주로 전승되고 있다. 황해도굿에서 무당은 주로 칠성‧제석거리, 대감거리, 소대감거리 등에서 흥을 돋우거나 멋을 표현하고자 할 때 삼현춤을 춘다. 이 춤은 장삼이나 쾌자 자락을 어깨 위로 걸쳐 어깨를 들썩거리며 추는 형식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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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