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남부 《도당굿》의 〈군웅굿〉을 양식화한 전통춤으로, 부정을 물려 신을 모시고 축원하는 의미를 담은 춤
부정놀이춤은 《경기도당굿》 〈군웅굿〉에서 무녀가 연행하던 의식 절차를 김숙자(金淑子; 1926-1991)가 공연예술 춤으로 양식화(樣式化)한 춤이다. 청신-오신-축원-송신의 의례 구조로 춤의 서사를 구성하고, 부채ㆍ방울춤과 홍철릭 소맷자락춤을 장단에 따라 구성하여 춤의 내용을 생성하고 있다.
소맷자락춤 부정놀이춤은 〈군웅굿〉의 복식(服飾)과 장단을 사용하면서, 굿에서 사용되던 짧은 단락의 무절(舞節)을 반복(反復)과 고조(高調)의 미적 원리로 확장하여 예술성이 돋보이는 춤이다.
1976년 6월 30일 무형문화재 조사보고서 제121호: 안성무속(경기시나위춤)에는 《경기도당굿》의 〈진쇠춤〉, 〈제석춤〉, 〈터벌림춤〉>, 〈손님굿춤〉, 〈군웅님춤〉, 〈쌍군웅님춤〉, 〈도살풀이〉의 일곱 종목 즉, 경기 시나위 춤이 처음으로 소개되었다. 일곱 가지의 춤 종목은 세습무가(世襲巫家)에서 태어난 김숙자(金淑子, 1927~1991)가 6세부터 화성재인청과 안성신청의 재인(才人)인 아버지 김덕순(金德順)과 스승 조진영에게 사사한 굿 춤이다. 부정놀이춤은 1978년 무형문화재 조사보고서의 경기 시나위 춤 종목에는 없었다. 부정놀이춤이 경기 시나위 춤의 종목의 하나로 포함된 때는 2011년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주최한 전통예술 복원 및 재현 사업에 사단법인 매헌춤보존회가 시행자로 참여하여 재현 종목에 포함하면서부터이다. 부정놀이춤은 1976년 무형문화재 조사보고서에 포함되었던 〈군웅님춤〉에 기반하여 김숙자가 재구성하여 붙인 춤이다. 춤의 첫 장단이 부정놀이장단의 명칭을 사용하고 있다. 부정놀이춤은 1983년 3월 23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한국명무전’ 에서 김숙자의 홑춤으로 처음 무대에 올랐다.
이후, 1986년 11월 1일과 2일 양일간 열린 ‘김숙자 회갑 기념공연’에서도 부정놀이춤이 연행되었다.
부정놀이춤의 연행은 현장 상황에 따라 춤사위 구성에서 차이를 보인다. 부정놀이춤은 여러 차례 연행을 통해 다듬어져 1989년 전승에 적합한 현재의 양식으로 구축되어 김운선(金雲仙; 1959~), 양길순(梁吉順; 1954~), 이정희(1958~) 등에 의해 전승되고 있다.
2018년에는 경기도무형문화재 《경기도당굿시나위춤》 7종목인 부정놀이춤, 〈터벌림춤〉, 〈진쇠춤〉, 〈깨끔춤〉, 〈올림채춤〉, 〈제석춤〉, 〈도살풀이춤〉의 하나로 지정되어 전통 문화유산으로서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현재 보유자가 지정되지 않은 상황이나, 2022년 김숙자의 제자 이정희가 보유자로 지정되어 후학들을 양성하고 있다.
○ 내용 부정놀이춤은 《경기도당굿》 장단 ‘부정놀이’에서 붙여진 명칭이다. ‘부정놀이’는 ‘부정’과 ‘놀이’의 합성어로 ‘부정을 놀리는 춤’이라 할 수 있다. 무녀가 부정을 물리고 전쟁을 관장하는 군웅신을 모셔와 축원하는 내용을 춤으로 표현하였다. ○ 구조 부정놀이춤은 〈군웅굿〉에 기반하여 청신-오신-축원-송신의 절차로 구성된다. 〈군웅굿〉은 경기도당굿에서 세습 남무(男巫)인 산이와 여무(女巫)인 미지가 연행하던 굿으로, 부채ㆍ방울춤을 비롯하여 장삼춤ㆍ전물놀림춤ㆍ징춤ㆍ활춤ㆍ쌍군웅춤ㆍ부채춤ㆍ쇠춤ㆍ맨손춤 등 다양한 춤과 사설(辭設)이나 무가(巫歌)에 무악이 곁들어져 청신(請神), 오신(娛神), 송신(送神), 축귀(逐鬼), 축원(祝願) 등을 한다. 부정놀이춤에서 무용수는 〈군웅굿〉의 무녀 복식(服飾)을 착용하고, 무구(巫具)인 부채ㆍ방울과 무복(巫服)인 홍철릭 소맷자락을 손에 들고, 굿의 장단에 따라 춤을 진행한다. 춤의 초반부를 구성하는 부정놀이-도살풀이-부정놀이 장단에는 부채ㆍ방울춤을 춘다. 왼손에는 제석삼불(帝釋三佛)이 채색된 부채를 들고, 오른손에는 주석으로 만든 방울[요령(搖鈴)]을 들고 방수밟이 춤을 추어 부정(不淨)을 물린다. 춤의 중반부에서 후반부까지는 홍철릭 소매 끝에 붙은 흰색 자락을 양손에 쥐고 춤춘다. 올림채-조임채-넘김채 장단에는 소맷자락을 하늘과 땅에 뿌려 어르며 좌ㆍ우 대칭(對稱)으로 춤춘다. 장중한 10박의 장단에 맞추어 상하(上下) 수직 방향이나 원을 지향하여 순환적인 공간감을 형성하여 신성(神聖)을 찬탄한다. 뒤이은 터벌림-조임채 장단에는 맺음이 명확한 장단 특성과 같이 절제된 춤으로 신격(神格)의 위엄(威嚴)을 보인다. 후반부의 겹마치기-자진굿거리-당악으로 연결된 4박의 장단에서는 축원(祝願)의 춤을 춘다. 점차 빠른 장단 전환에 따라 전후(前後)로 장삼을 뿌리거나, 좌우의 회무(回舞)로 기운을 몰아 주기도 하고, 상하(上下)의 도무(蹈舞)로 신명을 발동하여 관객과 소통한다. 마지막 반시계 방향으로 회선(回旋)하고 합장하여 송신(送神)하여 춤을 마친다. ○ 춤사위 ‘다루치기’, ‘덩거덩춤’ 등의 춤사위는 춤을 맺은 후 갑자기 기운을 빼내 밑으로 툭 떨어지는 듯한 느낌을 주는 동작이다. ‘방아사위’는 동일 방향의 상체와 하체가 결합하는 동측성 양식(同側性樣式; ipsilateral pattern)의 춤사위이다. ‘또한 ’평사위’와 ‘어름’ 동작이 결합하여 맺음’과 ‘풀음’의 대립적 호흡과 역동성이 돋보인다. 부채ㆍ방울춤은 한 동작구가 끝날 때마다 빠르게 회전하며 마무리하여 춤의 맺음을 명확히 보여준다. 또한 솟구치는 발디딤과 하늘 지향적인 방울의 울림이 어우러져 사방의 부정을 물리는 신성성을 표현한다. 홍철릭 소맷자락춤은 붉은 소매 끝에 달린 흰 자락을 잡고 한삼춤과 같이 유려한 선형의 춤을 보여준다. 소맷자락춤의 전반부는 3~4개 춤동작이 하나의 동작구를 형성하여 수직적인 공간을 지향하면서도 묵직한 중심축을 유지한다. 이후 장단의 빠른 전환에 따라 발디딤을 몰아가기도 하고 명확한 발디딤으로 땅의 기운을 누르며 부정을 물리기도 하며, 태극을 나타내는 회무(回舞; 연이어 돈다])로 소맷자락을 감고 풀어 맺힌 것을 풀어주기도 한다. 이어진 도무(跳舞; 위로 뛴다])에 소맷자락을 전ㆍ후ㆍ좌ㆍ우ㆍ상ㆍ하로 뿌리거나 날려 춤을 절정으로 이끌어 준다.
부정놀이춤의 반주음악은 《경기도당굿》 음악이다. 부정놀이장단-섭채-부정놀이-도살풀이장단-올림채-발뻐드래-반서름-조임채-넘김채-자진굿거리-당악의 순서로 춤이 진행된다. 주로 징ㆍ꽹과리ㆍ장구ㆍ바라 등의 타악(打樂)으로 음악이 진행되지만, 도살풀이장단ㆍ자진굿거리ㆍ당악 장단에서는 선율악기인 피리ㆍ대금ㆍ해금으로 〈시나위〉를 연주한다.
부정놀이춤은 《경기도당굿》 〈군웅굿〉의 무복(巫服)과 무구(巫具)를 그대로 사용한다. 군웅굿에서 무녀는 기본 복식인 남색 홑치마에 옥색 저고리를 입고, 그 위에 홍철릭을 입고 청전대를 맨다. 홍철릭은 상ㆍ하의를 따로 구성하여 허리의 주름을 잡아 연결한 포의 하나이다. 길고 넓은 소매 끝에 1척[약 30cm]길이의 백색 소매를 연장하여 붙인다. 머리는 쪽을 지고 그 위에 주립(朱笠[빗갓])을 기울여 쓴다. 주립의 끈은 홍색과 황색의 구슬을 번갈아 엮어 만든다. 부정놀이춤 연행에서 춤꾼은 전반부에는 손에 삼불선과 손잡이에 황색과 홍색의 천을 단 요령을 무구(舞具)로 사용하고, 후반부에는 홍철릭의 소매 끝에 붙은 백색의 자락을 손에 쥐고 춤춘다.
무속에서 춤은 예술적 완성도를 갖추기보다는 의례적 질서에 따라 사설, 혹은 가창을 보조하는 수단이었다. 부정놀이춤은 경기도당굿에 내재된 상징성과 음악, 무용을 바탕으로 새롭게 구성한 춤이다. 군웅굿에서 사용하던 간결하고 반복적인 춤사위에 ‘맺음’과 ‘풀음’의 대립적 호흡과 역동성을 담아 예술적으로 양식화 한 점은 〈승무〉ㆍ〈살풀이춤〉ㆍ〈태평무〉에 집중된 민속춤 레퍼토리의 확장 차원에서도 큰 소득이 아닐 수 없다.
경기도당굿시나위춤: 경기도무형문화재(2018)
정병호, 『한국의 전통춤』, 집문당, 1999. 김기화, 「경기도도당굿 군웅춤과 김숙자류 부정놀이춤의 비교연구」,『한국무용연구』24, 2006. 이종숙, 「김숙자의 춤 활동 연보 재고」,『무용역사기록학』52, 2019. 임수정, 「김숙자의 부정놀이춤 연구」,중앙대학교 석사학위 논문, 2000. 한수문, 「김숙자류 경기시나위춤에 관한 고찰」,『공연문화연구』22, 2011.
김기화(金起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