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령돌기춤
서울 진오기굿 도령돌기거리에서 화려한 무복을 갖춘 무녀가 망자를 저승으로 인도하면서 추는 춤
서울 지역에서 망자를 천도하는 굿을 진오기굿이라 한다. 진오기굿에서는 저승의 여러 신령을 모셔 망자가 무사히 저승으로 가기를 청하는 뜬대왕, 사재삼성 등의 굿거리를 연행한 후, 망자를 저승으로 인도하는 바리공주에게 망자를 저승까지 잘 인도해줄 것을 청하면서 장편 무속신화 바리공주 무가를 부른다. 이때 무당은 화려한 무복에 다양한 장식으로 머리를 꾸며 바리공주의 모습을 보여준다. 무가 구송이 끝난 후 바리공주 무복을 갖춘 무당은 망자를 저승으로 인도하는 과정을 보여주는데 이를 일러 도령돌기 또는 도령돌기춤이라고 한다.
도령돌기에서 도령은 불교 용어 도량에서 온 것으로 보인다. 굿을 올리는 장소와 법회를 여는 장소를 동일시 하여 불교와 무속의 습합을 알려주는 용어이기도 하다. 규모가 큰 진오기굿에서는 지장보살을 별도로 모신 연지당을 꾸미고 도령돌기상도 차려 바리공주가 망자를 저승으로 인도하는 모습을 안도령 밖도령으로 두 차례 보여주지만, 대부분의 진오기굿에서는 도령돌기상만을 차리고 도령돌기를 한 차례 한다. 도령돌기의 유래에 대해서는 알려진 것이 없으며 최근에는 점차 춤의 비중이 약화되면서 격식을 갖추지 않고 진행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도령돌기는 바리공주 복색을 한 무녀가 앞장을 서고, 망자의 식구들이 망자의 옷이나 향, 초를 들고 뒤를 따르면서 시작된다. 이때 망자가 남자라면 무녀는 곧장 앞으로 나가지만, 망자가 여자라면 뒤로 한 발 물렀다가 앞으로 나가 성별에 따라 춤의 시작에 차이가 있다. 〈넋노래가락〉과 〈넋만수받이〉로 망자의 혼을 부른다. 노래가락이 서울굿에서 신령을 굿청에 청배하는 기능을 가진 음악이기에 넋노래가락은 곧 망자의 혼을 굿청에 부르는 것이다. 만수받이는 무녀들이 서로 한 소절씩 무가를 반복하여 부르는 것인데, 이는 무가 사설의 내용을 강조하는 의미가 있다. 망자의 혼을 인도하겠다는 내용을 반복하여 부른다.
드디어 본격적인 도령돌기가 시작된다. 이를 일러 도령돌기춤이라고 한다. 도령돌기춤은 한삼도령춤, 부채도령춤, 칼도령춤으로 구성된다. 한삼도령춤은 바리공주 복색을 한 무녀가 양 손에 한삼을 끼고 춘다. 무녀는 한삼을 양손에 끼고 너울거리면서 앞으로 나아간다. 춤사위는 도령돌기상을 향해 제자리에서 1박 동안 빌기→오른손 뿌리면서 좌로돌기, 왼손 뿌리면서 우로돌기→2소박 1보로 딛으면서 양손을 겨드랑이로 끌어 올리기→ 2소박 동안 굴신하면서 양손을 옆으로 펴기로 이루어진다. 도령돌기상을 한 바퀴 도는 동안에 이러한 춤을 12번 추고, 모두 3바퀴를 돈다. 한삼을 너울거리는 것은 저승길을 해치고 나가는 의미이다. 한삼도령춤을 마친 무녀는 허리에 꽂아두었던 부채를 오른손에 들고 방울을 왼손에 든 후 부채도령춤을 춘다. 부채도령춤사위는 1박에 부채를 높이 들고 방울을 울리면서 좌로 돌기→1박에 가슴에 부채를 대고 방울을 울리면서 우로 돌기→제사상의 오른쪽 방향을 보고 뒤로 1소박 1보로 1박 뒤로 물러나기→1,2소박에 부채를 접어 왼쪽 팔꿈치를 치고, 3,4 소박과 1박에 부채 끝을 오른쪽 어깨에 찍고 방울을 울리면서 제사상의 오른편으로 나아가기로 진행한다. 부채도령춤은 부채로 망자를 안고 저승으로 나가는 의미이다. 칼도령춤은 대신칼을 들고 춘다. 이때는 주무 단독춤이 아니라 조무와 함께 춘다. 주무 맞은편에 조무가 서서 춤을 추는데 주무는 대신칼을 던지고 조무는 이 칼을 받은 후 다시 주무에게 넘겨주는 식으로 진행한다. 도령돌기상을 한 바퀴 돌면서 대신칼을 던지고 받으며 춤을 춘다. 칼도령춤은 대신칼로 저승문을 연다는 의미이다. 한삼도령춤, 부채도령춤, 칼도령춤을 추면 도령돌기춤이 끝난다.
도령돌기춤은 한삼도령춤에서는 굿거리장단으로 반주하고 부채도령춤에서는 별상장단(허튼타령장단)으로 반주하고, 칼도령춤은 당악장단으로 반주한다. 춤이 진행될수록 장단이 빨라져서 망자가 급한 걸음으로 저승으로 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황색몽두리를 기본 복식으로 한다. 머리에는 떨잠과 여러 장신구를 꽂은 가채를 올린다. 한삼, 부채, 방울, 대신칼을 무구로 사용한다.
도령돌기춤은 무속신화 바리공주와 일치하는 면이 있다. 한삼도령춤에서는 한삼을 낀 양손으로 저승길을 해치고 나간다. 저승길을 가로 막는 여러 장애물을 해치는 것이다. 이를 통해 망자가 저승으로 편안하게 갈 수 있다. 다음으로 부채도령춤이 이어진다. 부채를 가슴을 향해 펼쳐든 것은 망자의 혼을 부채에 안고 가는 의미이다. 장단이 빨라지면서 해쳐놓은 저승길을 망자는 나갈 수 있다. 이 과정을 거쳐 망자가 드디어 저승 문 앞에 도착하였다. 저승문을 여는 의미로 대신칼을 던지고 받는다. 시왕문이라는 저승문을 앞에 두고 두 명의 무녀가 마주 보고 서서 대신칼을 주고 받는다. 대신칼은 열쇠의 의미이다. 열쇠로 저승문을 열고 망자가 들어가는 것이다. 칼을 던진다는 것은 문을 여는 의미와 함께 행여 있을지도 모르는 저승의 장애물을 완전하게 제거하는 의미도 있다. 도령돌기춤을 세 번에 걸쳐 추는 것은 바리공주 무가에 그 연유가 있다. 칠공주로 태어나 버림받아 비리공덕할아범, 할멈에게 양육된 바리공주가 다시 부모에게 불려와 서천으로 약수를 구하러 떠나갈 때 남장을 하고 무쇠주렁을 들고 힘차게 앞으로 나간다. 그 길을 대부분의 무가에서는 ‘한 번 구르니 한 천리를 가고 두 번 구르니 두 천리를 가고 세 번 구르니 세 천리를 간다.’고 표현한다. 저승길이 세 천리(삼천리)는 아니다. 상징적인 의미로 삼천이라는 숫자를 가져온 것인데, 그 삼천의 의미로 도령돌기가 세 번 이루어진다. 바리공주 복색을 한 무녀가 앞장서서 망자의 혼을 저승으로 인도하고 있으니, 바리공주 무가에서 바리공주가 서천서역국으로 가는 과정을 재현할 수밖에 없고, 그래서 세 번 도령을 돈다. 이를 통해 신화에 나타난 세 천리의 의미가 그대로 춤과 음악으로 재현된다. 무당이 한 시간 이상 길게 구송한 〈바리공주〉무가가 다시 춤으로 재현되는 것이다. 말로 길게 구송했으니 다시 말로 저승 가는 과정을 설명할 필요는 없어서, 세 차례에 걸쳐 도령을 도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신화와 춤이 일치한다.
서울새남굿: 국가무형문화재(1996)
강인숙ㆍ홍태한 외, 『구리안안팎굿』, 민속원, 2007. 홍태한, 『서울진오기굿』, 민속원,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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