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다라니춤(四陀羅尼舞)
불교의식에서 범패(梵唄)인 〈사다라니〉를 부르며 공양을 감로제호(甘露醍醐)로 변화시키기 위한 춤
예배를 받는 대상인 소례(所禮)에게 올리는 공양물이 감로제호가 되도록 〈사다라니〉를 범패로 부를 때 대무(對舞)로 추어지는 춤이다. 감로제호는 천하가 태평할 때 하늘에서 내린다고 하는 단 이슬과 정갈하고 순수한 상태의 유제품을 말한다. 〈사다라니〉는 ‘변식진언(變食眞言), 시감로수진언(施甘露水眞言), 일자수륜관진언(一字水輪觀眞言), 유해진언(乳海眞言)’으로 구성되며, 사다라니춤은 공양에 대한 찬탄과 마구니(잡생각, 번뇌)의 침범을 막아 청정한 공양이 될 수 있도록 기원하는 주술적 의미가 있다.
16세기 이후 제작된 감로탱화에서 바라를 들고 있는 도상은 확인되지만 춤의 종류는 확인할 수 없다. 1342년 죽암(竹庵) 간행의 『천지명양수륙재의찬요(天地冥陽水陸齋義纂要)』, 1496년 학조(學祖) 간행의 『진언권공(眞言勸供)』, 1827년 백파긍선(白坡亘璇) 간행의 『작법구감(作法龜鑑)』 등 의례문의 절차에서 〈사다라니〉의 연행이 확인된다. 하지만 이 춤이 함께 연행된 기록은 찾아볼 수 없다.
○ 내용
사다라니춤이라는 명칭은 사다라니와 바라춤의 합성어를 축소한 것이다. 〈사다라니〉의 변식진언은 ‘나막 살바 다타아다 바로기제 옴 삼마라 삼마라 훔’으로 소례가 부족함 없이 공양할 수 있도록 음식의 양을 변화시키고, 시감로수진언은 ‘나무 소로바야 다타아다야 다냐타 옴 소로소로 바라소로 바라소로 사바하’로 소례께 감로수를 올린다. 일자수륜관진언은 ‘옴 밤 밤 밤밤’으로 ‘밤’ 일자(一字)로부터 대지를 받치고 있는 물만큼 많은 감로제호가 유출됨을 확인하고, 유해진언은 ‘나모 사만다 못다남 옴 밤’으로 소례께 감로제호를 올린다. 이 네 가지 진언을 노래하는 범패에 맞추어 사다라니춤을 춘다. 공양 절차에서는 대체로 〈착복춤〉이 추어지는데 〈바라춤〉으로는 이 춤이 유일하다.
○ 구성
〈사다라니〉는 각각의 진언마다 3회씩 염송하며, 춤사위는 〈천수바라춤〉과 같은 양상이지만 전승 지역과 계보에 따라 차이를 보인다. 경제의 춤사위는 바라를 치고 실어올리기를 중심으로 추어진다. 넉 자와 다섯 자에서 가르기를 2회 하고 왼손을 올려붙이고 다시 내렸다가 바라를 치고 실어올리기가 반복된다.
완제의 춤사위는 1회는 가르기, 2회는 접바라, 3회는 바라를 치고 실어올리기를 중심으로 추어지며, 넉 자와 다섯 자의 춤사위는 경제와 같다. 또 1회에서 2회로 연결할 때는 바라를 위로 올려붙이기를 하고, 2회에서 3회로 연결할 때는 일자사위를 하며, 마무리는 일자사위를 하고 좌로 360도 회전하기를 한다.
영제의 춤사위는 1회와 2회는 가르기와 실어올리기를 중심으로 추어진다. 두 자의 가르기에서 석 자의 실어올리기로 전환될 때 좌우로 회전하기를 하고 바라를 모아 실어올리기를 한 다음 돌며 내올리기의 춤사위가 반복적으로 추어진다.
경제보다 완제와 영제의 춤사위가 다양하게 나타난다. 이 춤은 상단과 중단의 공양 절차에서 추어지고, 하단의 영가를 위한 시식절차에서는 추어지지 않는다. 3회는 접바라로 추고 내리며 절하여 마친다.
○ 주요 춤사위
몸의 중심은 바로 세우고, 시선은 코끝을 향한다. 춤사위는 발동작과 손동작으로 구분된다. 발동작을 경제·완제는 정(丁)자로, 영제는 비정비팔(非丁非八)을 기본자세로 하며, 좌우로 90도, 180도, 360도 등으로 방향을 전환하기 위한 회전하기, 무릎을 구부렸다 펴는 굴신 등의 춤사위로 흐름을 주도하여 예술성을 높인다. 손동작은 바라를 앞뒤로 나누는 가르기, 바라를 앞이나 위로 붙이는 모으기, 양손을 좌우로 펼치는 일자사위, 앞에서 모은 바라를 밀듯이 올리는 실어올리기, 실어올리기를 한 상태에서 좌로 180도 회전하며 내렸다 올리는 돌며 내올리기, 머리 위에서 바라의 안쪽이 위로 향하도록 붙이는 접바라 등의 춤사위로 화려함과 주술적 의미를 동시에 나타낸다.
악기는 꽹과리, 태징, 북, 목탁, 호적 등이 사용되고, 경제·완제는 태징을, 영제는 꽹과리를 중심으로 반주한다. 하지만 감로탱화에는 꽹과리를 든 승려의 도상이 확인되어, 과거에는 경제·완제에서도 꽹과리를 사용하였던 것으로 짐작된다.
경제·완제의 반주법은 두 자의 처음은 ‘당(○)’, 두 번째부터는 ‘당다(○○)’이고 넉 자 앞의 두 자도 반주법이 같다. 석 자는 ‘당당(○○)’이고, 넉 자는 ‘탕탕탕닥(●●●●)’이며, 다섯 자는 ‘탕탕탕탕닥(●●●●●)’이다. 변식진언 1회의 반주법은 다음과 같다.
나막 | 살바다타 | 아다야 | 바로 | 기제 | 옴 - | 삼마 | 래에 | 삼마 | 라야 | 오옴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영제의 반주법은 두 자일 때 ‘당(○)’이고, 석 자일 때 ‘탕탕(●●)’이다. 석 자 앞의 두 자는 ‘탕닥(●●)’으로 반주하며, 기호를 ‘▲’ 등으로 나타내기도 한다. 변식진언 1회의 반주법은 다음과 같다.
나막 | 살바 | 다타 | 아다- | 바로 | 기제 | 옴 - | 살마 | 라 - | 삼마 | 라 - | 훔 - |
○ | ○ | ▲ | ● ● | ○ | ○ | ○ | ○ | ○ | ○ | ○ | ○ |
반주법은 경제·완제에서 넉 자로 나타내는 ‘살바다타’를 영제에서는 두 자씩 나누어 ‘살바’와 ‘다타’로 표기하는 차이를 확인할 수 있다.
〈바라춤〉은 회색 장삼과 홍가사를 입고 양손에 바라를 들고 춤추는 것으로 전승되어왔으나, 현재는 각 종단의 가사를 입거나 〈착복춤〉의 복식을 하기도 한다. 이는 〈바라춤〉과 〈착복춤〉을 추는 작법승이 필요에 따라 복식을 갖추는 번거로움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고, 낙관(樂冠)은 쓰지 않는다. 무구로는 양손에 바라를 들고 춤춘다.
『석문의범』 소수 상단공양 절차는 ‘정법계진언→공양게→진언권공(표백문·변재삼보·사다라니)→운심게주→보공양진언→출생공양진언→정식진언→보회향진언→원성취진언→보궐진언→예참→정근→축원’이다. 이처럼 진언권공에 사다라니가 포함되어 있는데, 백파긍선의 『작법구감』에 따르면, “위의 네 가지 주문을 각각 3·7편씩 하고, 다시 운심게주를 하는 것은 옥상옥(屋上屋)을 면할 수 없다. 이 두 가지는 가지(加持)1 를 기원하는 것이 같기 때문”이라고 한다. 즉, 의미가 중복되므로 진언권공과 운심게주는 택일하여 연행해야 하고, 사다라니춤에 이어 운심게착복춤을 연행하는 것은 불필요하다는 것이다.
1) '가'는 '가피(加被)', '지'는 '섭지(攝持)'를 의미하며, 대자대비한 불보살의 가호를 받아 중생이 깨달음의 경지로 들어가는 것을 말함
〈단행본〉 백파긍선, 『작법구감』(『한의총』3) 심상현, 『불교의식각론 Ⅴ』, 한국불교출판부, 2001. 안진호, 『석문의범』下, 법륜사, 1983. 죽암, 『천지명양수륙재의찬요』(『한의총』2) 학조, 『진언권공』(『한의총』1)
(원명)최명철(崔命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