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수바라춤(千手哱囉舞)
불교의식에서 범패(梵唄)인 〈천수다라니(千手陀羅尼)〉를 부르면서 도량을 정화할 때 추는 춤
재회(齋會)를 열기 위한 도량건립(道場建立)은 ‘도량개계(道場開啓)→도량결계(道場結界)→도량정화(道場淨化)’ 절차이다. 천수바라춤은 관세음보살이 설한 〈천수다라니〉를 범패로 부를 때 도량1을 정화하기 위해 대무(對舞)로 추는데, 천수다라니의 공능(功能)으로 마구니2를 물리치고 상서로운 도량을 갖추기 위한 주술적 의미가 있다.
1) 불교의 수행 장소, 원래는 ‘석가모니부처님이 도(道)를 이룬 땅'을 의미함
2) 잡생각, 번뇌, 사악함
천수바라춤의 유래는 감로탱과 의례절차를 통해 짐작해 볼 수 있다. 16세기에 제작된 약선사(藥仙寺) 감로탱(1589)을 비롯하여 이후에 제작된 대부분의 감로탱 좌측에 범패승(梵唄僧)이 금강령(金剛鈴), 꽹과리(小金), 경자(경자), 법고(法鼓) 등을 반주하거나 춤추는 도상이 확인된다. 하지만 바라춤의 종류와 유래를 자세히 알 수는 없다.
또한 의례절차를 보면, 1496년 간행된 『진언권공』 소수 〈작법절차〉와 1661년 간행된 『오종범음집(五種梵音集)』 소수 〈영산작법〉, 1634년에 간행된 『영산대회작법절차(靈山大會作法節次)』 등에서 “복청대중 운운(伏請大衆 云云. 이하생략)”라는 내용이 나온다. 이는 도량정화를 위한 〈천수다라니〉의 염송을 뜻하고, 이는 천수바라춤이 추어지는 절차인 복청게(伏請偈)를 나타낸다. 따라서, 천수바라춤은 늦어도 16세기 이전부터 연행되었으며, 복청게 절차와 함께 현재까지 전승되고 있다.
○ 내용
천수바라는 〈천수다라니〉와 〈바라춤〉의 합성어이다. 〈천수다라니〉의 게명(偈名)이 신묘장구대다라니(神妙章句大陀羅尼)인데, 이를 범패로 부르며 〈바라춤〉을 출 때는 게명 앞에 복청대중동송창화(伏請大衆同誦唱和)를, 뒤에 왈(曰)을 붙인다. 즉 ‘복청대중동송창화신묘장구대다라니왈’을 줄여서 부르는 게명이 〈복청게〉이다.
재회는 도량건립(道場建立)으로 시작되며, 이는 도량개계(道場開啓)→도량결계(道場結界)→도량정화(道場淨化)의 절차로 진행되는데, 천수바라춤은 도량정화 절차에서 추어진다. 이를 위해 범패승이 관세음보살이 설한 〈천수다라니〉를 범패로 부르고, 그 가사에 맞춰 춤을 춘다.
○ 구성
천수바라춤은 전승 지역과 계보에 따라 춤사위는 다르게 나타난다. 게명을 먼저 범패로 부르고 연결 장단을 치고 〈천수다라니〉를 부른다. 〈다라니〉의 구성이 경제·완제는 두 자 60회, 석 자 57회, 넉 자 22회, 다섯 자 13회이고, 영제는 두 자 117회, 석 자 70회이다. 경제·완제에서 넉 자와 다섯 자를 영제는 두 자씩, 두자와 석 자로 나누어 부른다.
〈도입부〉
경제는 ‘나모라 다나 다라 ~ 새바라야 모지 사다 바야 ~ 마하가로 니가야’까지이다. 제자리에서 바라 끝을 가볍게 치고, ‘새바라야’ 다음에 연결 장단을 치고 다시 바라 끝을 가볍게 친다.
완제는 ‘나모라 다나 다라 ~ 새바라야’까지이다. 바라 끝을 가볍게 치며 좌로 90도 회전하여 굴신하는 춤사위를 네 번 추고 연결 장단을 친다.
영제는 ‘나모라 다나 다라 ~ 새바라야’까지 22소박이다. 첫 소절의 ‘나모라’는 ‘나모 라~’의 4소박으로 부른다. 제자리에서 6소박을 한 패턴으로 바라를 올렸다 내리며 절하기를 세 번 하고,마지막 ‘새바라야’는 실어올리기를 한다.
〈전개부〉
경제는 ‘옴-살바 바예수 (중략) 마거라 잘마이바 사나야 사바하’까지 이다. ‘옴-살바’에서 바라를 붙여 올렸다 내리고 ‘바예수’부터 실어올리기를 한다. 이 춤사위를 추다가 넉 자와 다섯 자에서 가르기를 두 번 하고 왼손을 올려붙이고 실어올리기가 반복된다.
완제는 ‘모지 사다 바야 마하 사다 바야 마하가로 니가야 옴-살바 바예수 (중략) 마거라 잘마이바 사나야 사바하’까지이다. 두 자는 가르기, 석 자는 실어올리기, 넉 자와 다섯 자는 경제와 같은 춤사위나 일자사위로 추어진다. 다만 ‘마지 로가 지가 란제 혜혜 하례 마하모지’와 ‘나바 사라 사라 시리 시리 소로 소로 못다못다’는 바라 끝을 가볍게 치면서 전진사위를 한다.
영제는 ‘모지 사다 바야 마하 사다 바야 마하 가로 니가야 옴-살바 바예수 (중략) 마거라 잘마 이바 사나야 사바하’까지이다. 두 자는 가르기, 석 자는 실어올리기, 두 자에서 석 자로 전환될 때 좌우로 360도 회전하고 바라를 모아 실어올리기를 한다. 다만 ‘나막 가리 다바 이맘 알야’와 ‘나바 사라 사라 시리 시리 소로 소로’에서 접바라를 춘다.
〈종결부〉
〈다라니〉의 끝부분인 ‘나모라 다나 다라 ~ 바로기제 새바라야 사바하’이다. 경제와 영제는 전개부와 같은 춤사위로 진행된다. 마무리할 때 경제는 접바라로 붙여 내리며 절하여 마치고, 영제는 회전하기를 하고 바라를 모아 마무리 장단을 치고 절하여 마친다. 완제는 접바라로 좌로 90도 회전하기를 네 번 하고 내리며 절하여 마친다.
○ 주요 춤사위
몸의 중심은 바로 세우고, 시선은 코끝을 향한다. 춤사위는 발동작과 손동작으로 구분한다. 발동작에 있어서 경제·완제는 정(丁)자로, 영제는 비정비팔(非丁非八)을 기본자세로 하며, 회전, 전진, 굴신 등의 춤사위로 흐름을 주도하여 예술성을 높인다. 손동작은 바라 가르기, 돌리기, 모으기, 치기 등으로 춤사위의 화려함과 주술적 의미를 나타낸다.
발동작 중심의 춤사위는 좌우로 90도, 180도, 360도 등으로 방향을 전환하는 회전하기, 제자리에서 나아가 자리바꿈을 하는 전진사위, 무릎을 구부렸다 펴는 굴신 등이 있다. 손동작 중심의 춤사위는 바라를 앞뒤로 나누는 가르기, 바라를 앞이나 위로 붙이는 모으기, 양손을 좌우로 펼치는 일자사위, 앞에서 모은 바라를 밀듯이 올리는 실어올리기, 머리 위에서 두 바라의 안쪽이 위로 향하도록 붙이는 접바라 등이 있다. 이 명칭은 춤사위로 나타나는 표상(表象)을 명칭화한 것으로 전승 계보에 따라 달리 부르기도 한다.
악기는 꽹과리, 태징, 북, 목탁, 호적 등이고, 경제·완제는 태징을, 영제는 꽹과리를 중심으로 반주한다. 경제·완제의 연결 장단은 ‘탕탕다당탕(●●○○●)’이고, 두 자의 처음은 ‘당(○)’, 두 번째부터는 ‘당다(○○)’이고, 석 자는 ‘당당(○○)’이다. 넉 자는 ‘탕탕탕닥(●●●●)’이고, 다섯 자는 ‘탕탕탕탕닥(●●●●●)’으로 반주한다. 영제는 두 자일 때 ‘당(○)’이고, 석 자일 때 ‘탕탕(●●)’이다. 석 자 앞의 두 자는 ‘탕닥(●●)’으로 반주하고, 기호를 ‘▲’ 등으로 나타내기도 한다. 마무리는 ‘탕탕 다당 탕 닥(●● ○○ ● ●)’으로 반주한다.
〈바라춤〉은 전통적으로 회색 장삼과 홍가사를 입고 추었으나, 현재는 각 종단의 가사를 입거나 〈착복춤〉의 복식을 그대로 착용하기도 한다. 이는 〈바라춤〉과 〈착복춤〉을 추는 작법승이 필요에 따라 복식을 갖추는 번거로움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고, 낙관(樂冠)은 쓰지 않는다.
무구로는 양손에 바라를 들고 춤춘다.
천수바라춤은 작법절차(作法節次)에서 추어지는 춤으로, 〈바라춤〉의 대표 격(格)이라 할 수 있다. 현재 연행되는 영산작법절차(靈山作法節次)는 법화경을 설법하기 위한 법석(法席)으로, 도량건립으로 시작된다. 도량건립은 재회의 연행 장소를 여는 도량개계, 장소의 경계를 정하는 도량결계, 삿된 마구니의 침범을 물리치는 도량정화 절차이다. 도량정화는 관세음보살이 설한 〈천수다라니〉의 공능(功能)으로 위한다. 따라서 〈천수다라니〉를 범패로 부를 때 이 춤으로 상서로운 도량을 완성하는 것이다. 이는 재회가 시작에서 마무리까지 원만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초석(礎石)을 다지는 중요한 의미가 있다. 완제와 영제는 경제보다 춤사위가 다양하게 나타난다.
〈의례문〉 『영산대회작법절차』 (『한의총』2) 『오종범음집』(『한불전』12) 학조, 『진언권공』(『한의총』1)
(원명)최명철(崔命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