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고무
불교 사물악기(四物樂器)의 하나인 법고(法鼓)를 두드리며 추는 춤
불교 의식은 불교의 전래와 더불어 시작되었다. ‘영취산(靈鷲山)에서 부처님께서 『법화경』을 설할 때 연꽃을 한 송이 들어 보이니 가섭(迦葉; 칠불중 여섯 번째 부처)이 이를 알아차리고 웃으며 북을 둥둥 치며 춤을 추었다’는 『인천안목(人天眼目; 1357년(고려 공민왕 6)에 우리나라에 전래된 남송 시대의 불교서)』의 기록을 바탕으로 후세 승려들이 이를 모방하였다는 설이 있다. 불교는 기원전 6세기경에 인도에서 발생하여 삼국시대에 한국에 전래되었다. 『삼국유사(三國遺事)』「가락국기」에 근거를 둔 기원후 1세기 해상을 통한 가야국 전래설과 기원후 1세기 중국을 통해 고구려 소수림왕 2년(372)에 처음으로 불교가 전해졌다는 육로 전래설이 있으며, 신라에서는 법흥왕 14년(527) 때 불교가 공인되었다. 삼국시대 불교무용에 관한 기록은 찾기 어렵고 다만 범패에 대한 기록만 『삼국유사』에 나타난다. 고구려에는 불교예술과 더불어 인왕백고좌도량(仁王百高座道場)이 처음개설된 것은 613년(진평왕 35)으로 고구려 승려 혜량이 귀화한 직후, 인왕도량이 처음으로 개설 되었고, 재회(齋會) 등 많은 종류의 법회 의식을 하였다는 기록이 전해 졌으나, 불교무용에 관한 내용은 보이지 않는다. 조선시대에는 1580년(선조 13) 감로탱화(보물 제 1239호)에 법고춤을 추는 모습이 있고, 1649년(인조 27) 보석사감로탱화를 비롯하여 현재까지 많은 탱화에서 법고춤을 추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법고춤의 기원으로는 왕생극락을 위한 염불수행에서 비롯되었다는 설, 운수승(雲水僧; 한 곳에 머무르지 않고 여러 곳으로 스승을 찾아서 도(道)를 물어 돌아다니는 승려, 탁발승)의 양성 과정에서 유래되었다는 설이 있다.
○ 내용
법고춤은 《영산재》 〈시련의식〉, 〈상단권공의식〉, 〈식당작법의식〉에서 연행된다. 소가죽으로 만든 북은 축생의 제도를 상징한다. 법고춤은 법고와 대종(大鐘), 운판(雲板), 목어(木魚) 등 사물 소리를 통하여 축생과 허공중생 등 모든 중생을 제도하기 위한 해탈의 춤이다. 양손에 두 개의 북채로 법고를 치는 수행승의 몸짓은 부처님의 가르침과 공덕을 통하여 의식에 참여한 불자와 산자, 죽은 자 등 일체중생 모두를 성불의 길로 인도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또한, 북채로 북통 둥근 가장자리를 상ㆍ하로 훑어 내리거나 북의 중심을 두드려서 그 소리가 멀리 퍼져가도록 하는데 이는 모든 중생이 의식에 동참하라는 신호이기도 하고 또 중생을 고통에서 벗어나게 하고자 하는 춤사위다.
○ 구성
법고춤은 노래(범패) 없이 어산단에서 울리는 태징에 맞춰 북을 치며 춘다. 1인무가 기본이며 정적으로 시작하여 동적으로 마친다. 한 명은 북 뒤에 서서 뒷북 장단을 두드려 주고 한 명은 북을 치며 춤을 춘다. 양손에 각각 법고채 1개씩을 가지고 좌우 동작을 취하며 북을 두드린다. 발 디딤은 북을 중심으로 오른발, 왼발 모두 정(丁)자로 딛기도 하며, 북을 향해 좌ㆍ우측 및 360도 원을 그리며 순회한다. 전반적으로 눈을 3분의 1만 뜨고 시선을 좌로 향하지만 북을 중심으로 순회할 때는 눈을 크게 뜨고 북을 바라보며 춤을 춘다. 법고의 가락은 단순한 리듬을 넘어 춤과 어우러져 열반의 경지에 도달하게 하는 해탈의 춤이다.
○ 주요 춤사위
법고춤은 북채로 북을 울리는 명고(鳴鼓) 동작, 북통 양옆을 다스리는 동작, 북을 바라보고 좌ㆍ우측 180 회전하는 동작, 정면 북을 바라보고 360도 좌ㆍ우측 회전하는 동작, 북채를 허공으로 향하는 동작, 북채를 좌ㆍ우측 다리 아래로 넣는 동작 등이 있으며, 마지막 북을 세 번 울린 후 합장 귀의(歸依)하는 동작으로 마무리된다. 특히 상체와 하체의 조화를 보여주는 양손 발아래 북채 마주치기, 뒷북치기, 옆치기와 같은 다양한 형태의 동작은 법고무를 절정에 이르게 한다. 주요 춤사위는 다음과 같다.
①시선을 북에 고정하고 두 손으로 북을 두드리는 북 앞면치기
②북 180도 좌ㆍ우 옆치기
③북 360도 돌려치기
④북 정면 바라보고 무릎 굽혀 펴기
⑤양 손발 사이로 법고채 마주치기
⑥북 좌우 어르기
⑦북 어르면서 좌ㆍ우 회전하기
⑧북을 뒤로 하로 허리 굽혀 뒷북치기
⑨팔 벌리고 360도 돌기
⑩북 둥둥 울리기
⑪북 바라보고 북채 모아 합장하기
법고춤은 태평소, 태징, 북, 호적의 반주음악에 맞추어 진행된다. 태징의 느린 가락으로 시작하여 점차 빠른 가락으로 반주된다. 리듬은 3분박과 2분박이 함께 나타난다. 속도는 ♩.=88 정도이고, 선율은 sol-la-do′-re′-mi′ 다섯 음으로 구성된다.
연주형태 | 호적, 태징, 북 |
템포 | ♩.=88 |
출현음 | sol, la, do′, re′, mi′ |
토리 | 경토리 |
박자 | 3분박 2분박 |
작법의 무복에는 사찰의 단청색과 동일한 백색(白色), 황색(黃色), 적색(赤色), 녹색(綠色), 회색(灰色) 등이 다섯 가지 색이 쓰이는데 오방색은 물질을 구성하는 사대원소(四大元素)에 대비된다. 즉 백색은 수(水), 황색은 토(土), 적색은 화(火), 녹색은 풍(風), 그리고 회색은 공(空)을 뜻한다. 현행의 법고무 의상은 가사(홍색), 장삼(회색), 육수장삼(흰색), 육수가사(홍색가사 위에 영자는 오방색)를 입고 버선을 착용한다. 북은 주로 나무로 기본 형태를 만들고 그 위에 소가죽을 입히고 북면을 여러 가지 그림으로 장식한다. 크기에 따라 대ㆍ중ㆍ소로 나눌 수 있는데, 법고는 일반적으로 대북을 가리킨다. 북채는 박달나무로 만들며 길이는 1자 정도로 2개가 한 쌍을 이룬다. 법고의 북채는 묵직해야 하며 가벼우면 안 된다.
법고춤을 추기 위해서는 들어가고 나올 때의 발 디딤이나 몸의 움직임을 정중하게 해야 한다. 조심스럽게 지극한 마음으로, 외씨버선 발동작이 바닥에 스칠 듯 말 듯 움직이며, 수행하는 진솔한 마음으로, 경건하게 하며, 몸을 나긋나긋하게 움직이되 북은 아주 강하게 힘 있는 소리로 칠 수 있어야 한다. 정ㆍ중ㆍ동 형식 한없이 느리던 춤사위가 갈수록 속도가 빨라져 감흥이 분출되었다가 다시 정돈되는 정화의 미를 바탕에 깔고 있다. 주위를 의식하지 않고 추는 파격적인 움직임은 심오하면서도 장엄하다. 법고춤은 굴절되고 억압된 것을 한꺼번에 풀어 새로운 신앙적 체험의 경지에 도달하는, 신앙심과 해방감의 하나로 융합시켜내는 법열(法悅; 설법을 듣고 진리를 깨달아 마음속에 일어나는 기쁨)의 춤이다.
국가무형문화재(1973), 유네스코 세계무형유산(2009)
김응기(법현), 『불교무용』, 운주출판사, 2002. 김응기(법현), 『영산재』, 운주출판사, 2019. 김응기(법현), 『불교무용감상』, 운주출판사, 2020.
(법현)김응기((法顯)金應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