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법(作法), 작법무(作法舞), 나비춤
불교의식에서 성현(聖賢)의 강림(降臨)과 공양(供養)을 찬탄할 때 추는 춤
착복춤의 유래로 세 가지 설이 전해진다. 첫째는 가섭작무(迦葉作舞)로, 악신(樂神)인 건달바왕[乾闥婆王]이 금(琴)을 세 번 연주하자 가섭존자가 이에 맞춰 춤을 춘 데서 유래했다는 설이다. 둘째는 어산(魚山)의 조식(曹植)으로부터 비롯되었다는 설이다. 중국 위(魏) 무제(武帝)의 넷째 아들 조식(일명 조자건)이 산동성 서쪽 어산에 올라갔을 때, 하늘로부터 소리를 듣고 감동하여 그 소리와 연못에서 물고기라 노는 모양을 본떠 범패와 작법(착복)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셋째, 원효(元曉, 617~686)의 〈무애가(無碍歌)〉와 〈무애무(無碍舞)〉 기원설이다. 원효가 파계한 후 광대들이 가지고 노는 큰 박을 얻어 노래하고 춤추면서 사람들을 교화시켰다는 설인데, 이는 착복춤의 유래로 보기 어렵다는 견해도 있다.
약선사(藥仙寺) 감로탱화(1589)를 비롯해 16~17세기에 제작된 감로탱화에서 범패승(梵唄僧)이 금강령(金剛鈴), 꽹과리(小金), 바라(鉢羅), 경자(磬子), 법고(法鼓) 등을 반주하거나 춤추는 도상은 확인된다. 착복춤의 복식을 갖춘 도상은 운흥사 감로탱화(1730)에 보이고, 이후에 제작된 흥천사 감로탱화(1939)에는 착복춤을 추는 도상이 확인된다.
이로써 착복춤은 18세기 무렵부터 추어진 것으로 추측할 수 있으나 의례절차에도 착복춤에 대한 연행 표기가 없어 정확한 시기는 알 수 없다.
○ 내용
착복춤은 다양한 게(偈)의 구성을 범패로 부르거나, 범패 없이 악기 반주에 맞추어 추어지는 두 가지 유형이 있다. 범패로 부르며 추는 춤은 〈다게착복춤(茶偈着服舞)〉, 〈운심게착복춤(運心偈着服舞)〉, 〈향화게착복춤(香花偈着服舞)〉, 〈도량게착복춤(道場憩着服舞)〉, 〈오공양착복춤(五供養着服舞)〉 등이고, 악기 반주에 맞추어 추는 춤은 〈기경착복춤(起經着服舞)〉, 〈요잡착복춤(繞匝着服舞)〉 등이 있다. 〈운심게착복춤〉과 향화게착복춤〉은 범패로 게를 부르며 추는 춤과 악기 반주에 맞추어 추는 두 가지 유형의 춤사위를 포함하고 있다.
○ 구성
착복춤은 대무(對舞)로 추어지며 기립 자세와 앉은 자세의 춤사위로 구분한다. 기립 자세의 춤사위는 범패로 부를 때 추어지며, ‘제자리→전진사위(1)→자라바꿈→전진사위(2)→제자리’의 구성이다. 제자리에서 꽃 모으기와 일자사위를 한다. 전진사위(1)은 앞으로 나아가 자리바꿈을 완성한다. 이어서 ‘좌로 180도 회전하기→굴신/꽃 모으기→일자사위→우로 180도 회전하기→굴신/꽃 모으기’를 한다. 이는 착복춤의 기본 춤사위이며, ‘전진사위(2)→제자리’에서도 동일하게 추어진다.
또 악기 반주에 의한 기립 자세의 춤사위로는 요신(搖身; 몸을 흔드는 동작)이 추어진다. 앉은 자세는 악기 반주에 맞추어 추어지며 ‘요신→엎드리기→좌로 180도 회전하기→우로 270도 회전하기→좌로 180도 회전하기’와 ‘꿇어앉아 절하기’ 등으로 구성된다.
경제ㆍ완제는 기립 자세의 기본 춤사위로 〈다게착복춤〉, 〈도량게착복춤〉, 〈오공양착복춤〉 등이 추어지며, 영제는 각각 다른 춤사위로 추어진다. 경제와 완제는 유사한 춤사위가 많고, 영제는 독특한 춤사위로 차별성이 도드라진다. 특히 영남의 다양한 전승 계보가 춤사위의 다양성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 주요 춤사위
〈기립 자세〉
두 손을 좌우로 크게 펼치는 일자사위, 앞으로 나아가 자리바꿈을 하는 전진사위, 좌우로 90도, 180도, 360도로 방향을 전환하는 회전하기, 무릎을 구부렸다 펴며 뒤꿈치를 붙여 올리는 돋움새 동작의 굴신, 가슴 앞이나 단전으로 꽃을 모아 돌리는 꽃 모으기, 몸은 사선으로 흔들고 꽃을 ∞ 모양으로 그리는 요신, 꽃을 든 손으로 소매를 뒤로 털듯이 치는 꽃 치기 등이다.
〈앉은 자세〉
몸을 좌우로 흔들며 뒤로 젖히고 손은 ∞ 모양을 그리는 요신, 양손을 앞으로 모으며 아래에서 위로 원을 그리듯 다시 펼치는 일자사위, 좌우로 90도, 180도, 270도로 방향을 전환하는 회전하기 등이다.
반주에 사용하는 악기는 꽹과리, 태징, 북, 목탁, 호적 등이고 경제ㆍ완제는 태징을, 영제는 꽹과리를 중심으로 한다. 반주법은 범패를 부르며 춤출 때와 악기 반주에 맞추어 춤출 때로 구분한다. 범패를 부르며 춤출 때는 ‘맺음’ 사위에서 ‘탕(●)’을, 마무리는○○ ○○○○ ○ ○○○ ○ ) 로 반주한다. 경제ㆍ완제와 영제의 반주법은 춤의 종류와 전승 계보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난다. 악기 반주에 맞추어 춤출 때 경제ㆍ완제의 연결 장단은 ‘다다다다 당 당(○○○○○○)’이다. 춤이 추어질 때는 ‘탕탕탕 탕탕탕 다당 다당 탕 탕 닥닥(●●● ●●● ○○ ○○ ● ● ●●)’을, 엎드리고 절할 때는 내림쇠(○○○○○○○○)를, 앉은 자세에서 방향 전환은 ‘닥 탕( ● ●)’을 1회 또는 3회로, 마무리는 ‘탕-탕탕 탕-탕탕 탕-탕탕 탕탕 탕탕 탕 탕 다당 탕 탕탕 닥(● ●● ● ●● ● ●● ○○ ○○ ● ● ○○ ● ●● ●)’으로 반주한다. 영제의 연결 장단은 ‘당 당 탕 닥닥(○ ○ ● ●●)’이고, 춤이 추어질 때는 ‘탕 당 탕 다다 (● ○ ● ○○)’를 기본으로 변화된 장단 ‘탕다 당다 탕 다다(●○ ○○ ○○)’을 비롯한 9소박(5소박 앞의 2소박 + 7소박)과 12소박(5소박 + 7소박) 등의 장단을 각 3회, 5회, 7회 등으로 반주하고, 마무리는 내림쇠(○○○○○○○○○○○)로 한다.
평상복인 회색 법복 위에 백색 장삼과 홍색 가사를 입는다.
경제ㆍ완제는 중가사(中袈裟)에 적색, 청색, 녹색, 황색의 대령(帶領, 폭 20㎝, 길이는 장삼 끝과 같이함)을 붙이고, 머리에는 연꽃과 범자(梵字)가 새겨진 낙관(樂冠)을 쓰며, 손에는 작약과 목단의 무화(舞花)를 들거나 꽃 없이 소매 끝을 잡기도 한다.
영제는 반가사(半袈裟)에 적색, 청색, 녹색, 황색의 대령을 앞과 뒤에 붙이고, 대령을 어깨 위에 묶어서 가사를 입는다. 머리에는 상부에 관세음보살이 새겨지고 문양이 없는 낙관을 쓰며, 손에는 작약과 목단을 들거나 양손에 연꽃을 들기도 한다. 요즘은 경제와 같은 낙관을 쓰기도 한다.
착복춤의 복식은 오색이고, 이는 오방, 오행, 오대를 상징한다. 오방은 법계의 공간을, 오행은 연기(緣起)의 진리를, 오대는 물질의 근본을 나타낸다. 즉 법계는 연기에 의해 물질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는 공간적 개념을 의미한다. 복식과 착복춤의 춤사위에 대한 대강(大綱)은 다음과 같다.
구분 | 복식 | 평상복 | ||||
오색(五色) | 청색 | 홍색 | 황색 | 백색 | 녹색 | 회색 |
방위(方位) | 동 | 남 | 중 | 서 | 북 | 법계(法界) |
구분 | 목(木) | 화(火) | 토(土) | 금(金) | 수(水) | 연기(緣起) |
오대(五大) | 지(地) | 화(火) | 공(空) | 풍(風) | 수(水) | 물질(物質) |
착복춤의 춤사위가 느려서 정적인 것은 인욕(忍辱)의 수행을, 빨라서 동적인 것은 정진(精進)의 불퇴(不退)를, 멈추어 고요한 것은 선정(禪定)의 삼매(三昧)를 나타낸다. 즉 인욕 수행을 정진하면 선정에 이른다는 것이다. 이는 시간적 개념을 의미한다.
복식을 갖춘 춤사위는 시공(時空)을 초월한 불교의 깨달음, 즉 진공묘유(眞空妙有)의 중도사상(中道思想)을 표방(標榜)하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착복춤은 상단과 중단에서 추어지고 하단에는 추어지지 않는다.
범패와 작법무: 인천무형문화재(2002)
이 춤은 〈작법〉, 〈작법무〉, 〈나비춤〉 등으로도 불린다. 작법은 개작여법(改作如法)의 줄임말로 불교의 모든 不辭를 일컫는 말이고, 작법무는 재회에서 추는 춤의 통칭이며, 〈나비춤〉은 “나비 모양의 의상을 입고 추므로 〈나비춤〉이라고 부르나 원래의 명칭은 ‘착복무’이다. ‘무복(舞服)을 입고 추는 춤’이라는 의미에 맞게 ‘착복춤’으로 통일된 명칭 사용이 필요하다.
〈단행본〉 김매자, 『한국의 춤』, 대원사, 1990. 통도사성보박물관, 『감로』, 성보문화재연구원, 2005.
(원명)최명철(崔命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