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무(哱囉舞), 바라작법(哱囉作法)
불교의식에서 추는 <작법춤[作法舞]>의 하나로, 바라를 들고 성중(聖衆; 성자의 무리)의 옹호와 정화(淨化)를 기원하는 춤
바라춤의 유래는 감로탱과 의례절차를 통해 알 수 있다. 우선, 약선사 감로탱화(1589)와 보석사 감로탱화(1649)에는 중앙에 제단이 배치되어 있고, 왼쪽에 범패승(梵唄僧)이 금강령(金剛鈴), 꽹과리[小金], 바라(鉢羅), 경자(磬子), 법고(法鼓) 등을 반주하거나 춤추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이후에 제작된 감로탱화에서도 바라를 들고 춤추는 모습이 확인된다.
의례절차로는 1496년 간행된 『진언권공(眞言勸供)』 소수 〈작법절차〉의 협주(夾註)에 관련 내용이 발견된다. “다음은 〈천수〉를 염송할 때 도량을 돌며 물을 뿌리고 법당으로 돌아온다.”는 기록을 통해 도량 정화 절차 중에 〈천수바라춤〉이 추어졌음을 알 수 있다. 1661년 간행된 『오종범음집(五種梵音集)』 소수 〈영산작법〉에 기록된 “복청대중 운운(伏請大衆 云云. 이하생략)”은 도량정화를 위한 〈천수다라니〉를 〈복청게(伏請偈)〉로 표기한 것으로, 이때 〈천수바라춤〉을 추었을 것으로 보인다.
○ 내용
다라니(陀羅尼)는 진언(眞言)2, 주(呪)와 같은 뜻이고, 의역해서 총지(摠持), 능지(能持), 능차(能遮)라고도 한다. 바라춤은 〈다라니〉의 구송에 맞추어 추는 춤과 악기 반주에 맞추어 추는 춤으로 구분된다. 〈다라니〉에 맞추어 추는 춤에는 〈천수바라춤〉·〈사다라니바라춤〉·〈화의재바라춤〉 등이 있다. 〈천수바라춤〉은 〈천수다라니〉를 염송하여 도량정화를 위하는 대표적인 바라춤이다. 〈사다라니바라춤〉은 〈변식진언〉, 〈시감로수진언〉, 〈일자수륜관진언〉, 〈유해진언〉을 염송하여 공양물을 감로제호(甘露醍醐)3로 변화시키기 위한 춤이다. 〈화의재바라춤〉은 〈화의재진언〉을 염송하여 영가에게 전할 옷이 해탈복(解脫服)으로 변화되기를 기원하는 춤이다.
악기 반주에 맞추어 추는 춤에는 〈명바라춤〉·〈요잡4바라춤〉·〈관욕쇠바라춤〉·〈내림게바라춤〉 등이 있다. 〈명바라춤〉은 도량건립의 당위성을 법계에 알리기 위한 춤이다. 하지만 재회에서 상단의 삼보(三寶)5를 청하기 전에 추기도 한다. 〈요잡바라춤〉은 신중(神衆)6의 강림으로 도량 옹호를 기원하는 춤이다. 〈관욕쇠바라춤〉은 삼위의 목욕을 위할 때 춘다. 상·중위는 삼보와 성현의 목욕으로 중생의 이익을 위하고, 하위는 영가의 목욕으로 십불선업(十不善業)7을 씻고 보살수행(菩薩修行)에 들기를 기원하는 춤이다. 〈내림게바라춤〉은 삼보와 성현의 강림을 찬탄하기 위한 춤이다.
2)실담(산스크리트어, 범어)으로 쓰고 외우는 부처님의 참 말씀 3)천하가 태평할 때 하늘에서 내린다고 하는 단 이슬과 정갈하고 순수한 상태의 유제품 4)요잡(繞匝): 부처를 중심으로 그 주위를 돌아다니는 일 5)부처, 부처의 가르침, 부처의 가르침을 따르는 승려 6)화엄경을 수호하는 여러 장군의 신격 7)살생(殺生)·도둑질[偸盜]·사음(邪淫) 등의 신업, 거짓말[妄語]·이간질[兩舌]·욕설[惡口]·희롱하는 말[綺語] 등의 구업, 탐욕(貪慾)·성냄[瞋恚]·그릇된 견해[邪見] 등의 의업
○ 구성
다라니는 두 자, 석 자, 넉 자, 다섯 자의 구성으로 춤사위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전승 지역과 계보에 따라 춤사위가 다르게 나타나는데, 먼저 경제는 두 자와 석 자의 구분 없이 실어올리기를 중심으로 한다. 넉 자와 다섯 자에서 가르기를 두 번 하고, 왼손을 올려붙이고 내려서 바라를 치며 실어올리기가 반복된다. 마무리는 접바라를 하고 내리면서 절하여 마치는 구성이다.
완제는 두 자의 가르기와 석 자의 실어올리기가 중심이다. 넉 자와 다섯 자는 경제와 같은 춤사위를 하거나, 좌우로 펼치는 일자사위가 추어진다. 또 전진사위로 자리바꿈을 하고, 접바라로 마무리하는 구성이다.
영제는 두 자의 가르기와 석 자의 실어올리기가 중심이다. 가르기에서 실어올리기로 전환될 때 좌우로 회전하거나, 바라를 앞으로 붙여 우로 회전하고 모으기를 한다. 두 자는 가르기, 접바라, 회전하기, 바라모으기, 석 자는 실어올리기, 회전하기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악기 반주에 맞추어 추는 춤도 이 춤사위로 구성되고, 춤의 종류에 따라 차이를 보인다.
○ 주요 춤사위
몸의 중심은 바로 세우고, 시선은 코끝을 향한다. 춤사위는 발동작과 손동작으로 구분된다. 발동작을 경제·완제는 정(丁)자로, 영제는 비정비팔(非丁非八)을 기본자세로 하며, 회전, 전진, 굴신 등의 춤사위로 흐름을 주도하여 예술성을 높인다. 춤사위 명칭에는 좌우로 90도, 180도, 360도 등으로 방향 전환을 위한 회전하기, 제자리에서 나아가 자리바꿈을 하는 전진사위, 무릎을 구부렸다 펴는 굴신 등이 있다.
손동작은 가르기, 돌리기, 모으기, 일자사위, 치기, 접바라 등으로 춤사위의 화려함과 함께 주술적 의미를 나타낸다. 춤사위 명칭은 바라를 앞뒤로 나누는 가르기, 바라를 앞이나 위로 붙이는 모으기, 양손을 좌우로 펼치는 일자사위, 앞에서 모은 바라를 밀듯이 올리는 실어올리기, 머리 위에서 바라의 안쪽이 위로 향하도록 붙이는 접바라 등이 있다. 이러한 명칭은 전승 계보에 따라 달리 부르기도 한다.
악기는 꽹과리, 태징, 북, 목탁, 호적 등이고, 경제·완제는 태징을, 영제는 꽹과리를 중심으로 반주한다. 통도사성보박물관에서 간행한 『감로』에 싣고 있는 27종의 감로탱화에서 확인되는 악기는 꽹과리, 태징, 법고, 경자, 태평소, 나각 등인데, 16세기부터 20세기까지 제작된 감로탱화에서 꽹과리를 반주하는 도상이 확인되고, 태징은 1890년 제작된 불암사 감로탱화에서 확인된다. 따라서 경제ㆍ완제에서도 19세기 이전에는 꽹과리를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경제·완제는 전주(前奏)로 ‘탕탕탕탕탕탕 닥닥(●●●●● ●●)’, 연결 장단은 ‘탕탕다당탕(●●○○●)’, 두 자는 ‘당(○)’과 ‘당다(○○)’, 석 자는 ‘당당(○○)’이다. 두 자에서 석 자로 전환될 때 넉 자는 ‘탕탕탕닥(●●●●)’, 다섯 자는 ‘탕탕탕탕닥(●●●●●)’으로 반주한다.영제는 연결 장단으로 ‘당 당 탕 닥닥(○ ○ ● ●●)’을, 두 자는 ‘당(○)’이고, 석 자는 ‘탕탕(●●)’이다. 석 자 앞의 두 자는 ‘탕닥(●●)’으로 반주하며, 기호를 ‘▲’ 등으로 나타내기도 한다.요잡을 할 때의 장단은 ‘당 당 탕 닥닥(○ ○ ●●●)’과 ‘당다 당다 탕 다다(○○ ○○ ● ○○)’ 등이고, 마무리는 ‘탕탕 다당 탕 닥(●● ○○ ● ●)’으로 반주한다.
바라춤은 전통적으로 회색 장삼과 홍가사를 입고 추었으나, 현재는 각 종단의 가사를 입거나 착복춤의 복식을 그대로 착용하기도 한다. 이는 바라춤과 착복춤을 추는 작법승이 필요에 따라 복식을 갖추는 번거로움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고, 낙관(樂冠)은 쓰지 않는다. 무구로는 양손에 바라를 들고 춤춘다.
경제·완제의 춤사위는 빠르면서 부드럽고, 영제는 비교적 느리면서 기운이 강하여, 흔히 경제·완제는 여성적인 춤, 영제는 남성적인 춤으로 대비되기도 한다.
범패와 작법무: 인천무형문화재 (2002)
〈의례문〉 『오종범음집』(『한불전』12) 학조, 『진언권공』(『한의총』1) 〈단행본〉 통도사성보박물관, 『감로』, 성보문화재연구원, 2005.
(원명)최명철(崔命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