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자형의 취구(吹口)가 있으며 다섯 개의 지공(指孔)이 있는 세로로 들고 부는 대나무 관악기[종적, 縱笛]
단소는 세로로 부는 관악기이다. 대나무를 밑동부터 잘라 만들고, 끝에는 U자형으로 취구를 깎는다. 지공(指孔)은 앞에 네 개, 뒤에 한 개가 있다. 단소를 만드는 데에 엄격하게 정해진 규격은 없어 현장의 요구에 맞추어 제작되었다. 지역에 따라 서울의 경제단소(京制短簫)와 다른 지역의 향제단소(鄕制短簫)로, 기본음 높이에 따라 일반 단소와 낮은음의 평조단소(平調短簫)로 구분하기도 한다.
단소가 우리 음악에 사용된 유래와 시기는 명확하지 않다. 단소와 유사한 형태의 대나무 관악기 중 궁중음악에 사용하는 약(籥)이나 적(篴)이 있지만 이들 악기는 소(簫)라고 지칭하지 않는다. 또한 궁중음악에 사용된 퉁소[洞簫, 동소]의 변형으로 보는 견해도 있으나 퉁소에는 갈대의 막을 붙이는 청공(淸孔)이 있으며 크기도 단소와 다르다. ‘단소’는 ‘짧은 소’라는 뜻을 지닌다. 여기서 ‘소’라는 명칭은 중국에서 유래한 것이다. 고대 중국에는 길이가 다른 관대 여러 개를 이어 붙인 팬파이프(pan’s pipes)류 악기 배소(排簫)나 봉소(鳳簫)가 있었다. 한편 중국에서는 당대(唐代)까지만 해도 세로로 부는 대나무 악기를 척팔(尺八) 또는 척팔관(尺八管)이라 불렀고, 이후 송대(宋代) 11~12세기에 이르러 소(簫, xiao)라 부르기 시작하였다. 주자(朱子, 1130~1200)는 『주자어류』에서 “오늘날 소(簫)라 불리는 관악기(管)는 원래 과거의 적(笛)을 일컫는 것이다. 옛날에 소(簫)라 불리던 것은 배소(排簫)를 말하는 것이었다.(今之簫管 乃是古之笛 云簫方是古之簫 云簫者 排簫也)” 라고 하였다. 즉, 이 당시에 이미 ‘소’의 의미가 달라졌음을 확인할 수 있다. 우리 역사에서는 고려 시대부터 퉁소라는 악기 명칭이 등장한다. ‘소’라는 악기 명칭의 용례로만 본다면 고려 시대 이후부터 세로로 부는 관악기를 ‘소’라 불렀을 가능성이 있으나, 퉁소 외에는 다른 기록이 없어 이 시기에 현행 단소의 전신에 해당하는 악기가 있었는지는 알 수 없다. 함화진(咸和鎭, 1884~1948)의 『조선악기편』이나 이왕직아악부가 편찬한 악기 사진첩 『이왕가악기첩』에서는, 단소를 순조대에 청나라에서 들어와 궁중음악에 사용된 것으로 설명하였다. 그러나 순조대 의궤나 『조선왕조실록』에서는 단소라는 용어를 찾아볼 수 없다. 대신, 조선시대 여러 문집에 단소가 언급된 것으로 보아 풍류방(風流房) 음악에 사용되었으리라 생각할 수 있다. 이는 1930년대 이왕직아악부에서 발간한 단소보에 실린 악곡이 〈여민락(승평만세지곡)〉ㆍ〈밑도드리(수연장지곡)〉ㆍ〈평조회상(유초신지곡)〉ㆍ〈취타(만파정식지곡)〉ㆍ〈영산회상(중광지곡)〉ㆍ〈천년만세〉ㆍ〈가곡(만년장환지곡)〉 등인 것에서도 짐작된다. 또한 생황과 단소의 생소병주(笙簫倂奏), 양금과 단소의 양소병주(洋簫倂奏)로, 그리고 〈청성곡〉과 같은 독주 악기로도 단소가 활용되었다. 한편, 풍류방 음악이 유행하면서 경제단소와 향제단소가 구분되기도 하였다. 단소는 판소리나 무가 사설에도 등장한다. <왈자타령> 사설 중 “장고ㆍ생황ㆍ단소, 우조ㆍ계면”이 열거되고, <춘향가>에서도 “흥겨웁든 연희석은 수라장이 되었구나, 거문고ㆍ가야금ㆍ생황ㆍ양금ㆍ단소ㆍ북ㆍ장고ㆍ장고ㆍ해금ㆍ젓대 산산이 부서질제”라는 사설이 등장한다. 무가에도 “팔도 광대가 올라온다. 전라도 남원 광대 아해광대ㆍ어룬광대ㆍ아해광대는 옥져(玉笛)을 불고 어룬광대는 단소를 불고 노광대(老廣大)는 호져(胡笛)를 불고 한양성내 올라올 때”라는 사설이 포함되어 있는데, 판소리나 무가 사설은 후대에 얼마든지 첨가될 수 있으므로 이 사설들이 불리기 시작한 시기는 정확히 알 수 없다. 주로 민간에서 연주된 단소는, 산조와 같은 민속악 연주에도 쓰였다. 추산(秋山) 전용선(全用先, 1884~1964)은 풍류방에서 주로 쓰던 단소로 산조를 연주하였으며, 이충선(李忠善, 1901~1989)도 단소 산조를 만들었다. 대한제국 및 일제강점기 유성기음반(留聲機音盤)에서는 경기민요ㆍ서도민요ㆍ잡가ㆍ근대극 등에 단소가 편성되어 그 사용이 확장되었음을 알 수 있다. 오늘날에도 〈영산회상〉ㆍ〈가곡〉ㆍ〈가사〉ㆍ〈시조〉와 같은 풍류방 음악과 여기에서 파생한 독주곡 또는 이중주곡에서 단소를 편성한다. 그러나 이들 악곡에서도 필수 편성악기는 아니어서, 단소를 단독으로 전공하는 경우도 드물다. 풍류방 음악에 경제와 향제가 있듯이 단소도 경제와 향제로 구분되며, 이들은 모양과 규격이 부분적으로 다르다. 또한 단소를 만드는 대나무 재질에 따라 황죽단소, 오죽단소로도 나뉜다.
○단소 구조와 형태
○단소의 음역과 조율법 단소는 한국 전통음악의 다른 관악기와 마찬가지로 같은 운지에서 여리게 부느냐 세게 부느냐에 따라 음높이가 옥타브 또는 12도 위 음이 나기도 한다.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한 전통단소의 규격에 준해 그 음역을 보면 다음과 같다.
○단소의 구음과 표기법 단소는 소금이나 대금에서 사용하는 구음을 사용한다. 따라서 그 구음이 일정한 음고를 나타내는 경우도 있으나, 관용적인 선율 진행이나 장식음을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현재는 전문 연주가도 구음을 사용하기보다는 율명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단소 악보로는 정간보에 율명을 넣은 것을 사용하거나 오선보를 사용한다. 꾸밈음이나 관용 선율 기호도 소금이나 대금과 거의 동일하게 사용한다.
○단소의 연주방법과 기법 단소는 기본적으로 대부분의 전통악기처럼 바닥에 앉아 책상다리로 연주하는 좌식(坐式) 연주가 기본이지만 서서 연주하기도 하고, 현대에는 의자에 앉아서 연주하는 경우도 많다. 좌식 연주에서는 책상다리로 앉아 허리를 곧게 편 자세가 기본이다. 이는 관악기 연주에 중요한 안정적인 입김을 복식호흡을 통해 얻기 위한 것이다. 단소는 소금이나 대금과 같은 횡적(橫笛) 악기를 연주할 때와 달리 몸을 틀지 않고 정면을 향하도록 한다. 왼손 엄지로 뒷구멍인 제1공을 막고, 제2공을 왼손 검지로, 제3공을 왼손 중지로 막는다. 제4공은 오른손 중지로 막고 제5공을 오른손 약지로 막는다. 제5공은 풍류음악 연주에 잘 사용하지 않는데, 향제 단소의 경우 안공법에 약간의 차이가 있다. 대금 같은 횡취(橫吹) 악기와 달리 팔꿈치를 과하게 벌리지 않고 편안하게 연주하는 것이 보통이다.
풍류음악에 사용하는 경제 단소의 운지법은 다음과 같다.
○단소의 연주악곡 〈도드리〉ㆍ〈현악영산회상〉ㆍ〈천년만세〉ㆍ〈취타〉ㆍ〈가곡〉ㆍ〈가사〉ㆍ〈시조〉등을 연주하나, 단소가 반드시 편성되는 것은 아니다. 주로 줄풍류 편성으로, 또는 2중주ㆍ3중주로 연주하며, 독주로 〈청성곡〉을 연주하기도 한다.
○단소의 제작 및 관리방법 단소를 만드는 데 쓰는 대나무는 황죽(黃竹)ㆍ오죽(烏竹)ㆍ반죽(斑竹) 등으로 다양한데, 대금을 만들 때 쓰는 쌍골죽을 사용하지는 않는다. 대나무를 밑동부터 잘라 관대를 만들고, 끝부분 취구는 U자형으로 만들어 깎는다. 지공은 앞에 네 개, 뒤에 한 개로 모두 다섯 개이다. 단소를 만드는 데 엄격하게 정해진 규격은 없으므로 연주자들이 직접 필요에 맞추어 만들기도 한다. 길이는 40~56cm 내외, 외경은 1.8~2.1cm 정도가 된다. 단소의 규격은 황종(黃)음이 E♭4이 되도록 대체로 통일되어 있고, 초중등 음악교육에서는 형태와 규격이 통일된 PVC 소재 단소도 많이 사용된다. 북한에서는 지공을 열세 개(보조지공 포함)까지 늘리고 부분적으로 키(key)를 달아 만든 개량 단소가 쓰이고 있다.
현재 사용되는 단소는 역사적 유래가 명확하지는 않지만, 현재 한국전통음악과 교육현장에서 가장 많이 활용되는 악기 중 하나이다. 특히 악기 구조와 연주법이 단순하고 쉬운 편이어서 국악 입문용이나 취미용으로 많이 활용된다. 대학 이상 교육기관에서 단소를 전공으로 삼는 경우는 극히 드물고, 다른 관악기 연주자들이 겸하여 연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국립국악원, 『국악기연구보고서』, 국립국악원, 2007. 국립국악원. 『국악기실측자료집』 1, 국립국악원, 2008. 국립국악원. 『국악기실측자료집』 2, 국립국악원, 2012. 김기수, 『단소율보』, 국립국악고등학교, 1968. 김호성 편, 『단소교범』, 수서원, 1982. 송방송, 『한겨레음악대사전』, 보고사, 2012. 송혜진, 『한국악기』, 열화당, 2001. 한국정신문화연구원,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1991.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http://encykorea.aks.ac.kr/)
홍순욱(洪淳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