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적산조(胡笛散調)
태평소로 연주하는 산조
태평소산조는 산조라는 음악을 태평소로 연주하는 기악독주곡이다. 일제강점기에 독주로 연주된 태평소 시나위를 바탕으로 광복 이후 방태진(方泰珍, 1901~1976)과 한일섭(韓一燮, 1929~1973) 등의 태평소 명인들이 만든 것이 태평소산조의 시초라 추정된다. 이후 방태진의 제자이자 동해안별신굿 예능보유자인 김석출(金石出, 1922~2005)이 가락을 정리하고 새로운 가락을 더 삽입하여 현재의 태평소산조가 전한다. 김석출의 태평소산조는 〈진양조〉ㆍ〈중모리〉ㆍ〈중중모리〉ㆍ〈자진모리〉ㆍ〈엇모리〉ㆍ〈동살푸리〉ㆍ〈휘모리〉의 7악장 구성이며 계면조 선율이 대부분이다. 현재 김석출 태평소산조는 선율의 확장과 정리를 통해 《김석출제 김경수(1974~)류 태평소산조》로 발표되었다. 또한, 계면조 위주의 선율로 구성된 기존의 산조에서 탈피하여 새롭게 창작된 《김경아(1972~)류 태평소산조》는, 전통음악의 다양한 선율 및 본청의 변화를 중심으로 구성한 산조이다.
태평소산조는 일제강점기에 독주로 연주된 태평소 시나위에서 유래를 찾을 수 있다. 독주 형태의 태평소 시나위는 일제강점기에 민간음악예인들이 창극을 공연하던 중 관객들의 이목을 끌기 위해 생겨났다. 태평소 시나위는 큰 음량과 독특한 음색을 가진 태평소의 특징으로 인해 실내가 아닌 야외에서 주로 연주되고 산조로 발전하지 못하였다. 태평소산조의 틀이 완전히 잡힌 시기는 1950년 이후이다. 광복 이후 국극단에서 활동한 태평소 명인 방태진은 태평소산조를 연주할 때 계면조 외에 다른 악조를 연주하고 다양한 장단을 사용하였다. 이는 시나위의 음악적 특징이 아닌 산조의 특징으로 볼 수 있다.
또 한 명의 태평소 명인인 한일섭은 1950년대 말~1960년대 초에 녹음하여 1964년에 발매된 〈Hojok Sanjo〉를 취입하였는데 이것이 1950년대 녹음한 태평소 시나위 선율과 비슷하다.
○ 역사적 변천 과정
방태진의 태평소산조 가락은 대금과 태평소 연주자 서용석(徐龍錫, 1940~2013), 《동해안별신굿》 예능보유자 김석출 등 다른 태평소 연주자들에게 전해졌다. 이 중 김석출은 방태진의 시나위 가락에 자신의 가락을 삽입하여 새로운 태평소산조를 만들었고 이 산조가 현재까지 전해져 있는 태평소 산조의 제1형성기라고 할 수 있겠다. 이후 김경수에 의해 확장되고 정리되어 《김석출제 김경수류 태평소산조》라는 이름으로 2019년 발표되었다.
2022년 발표된 김경아의 태평소산조는 계면조 위주의 선율로 구성된 기존의 태평소산조에서 탈피하여 전통음악의 다양한 선율들과 본청 변화로 중심으로 구성된 창작 태평소산조이다.
○ 음악적 특징 김석출 태평소산조는 1993년에 서울음반에서 발매된 《동해안별신굿》 음반(SRCD-1121)에 소개되어 있으며 〈진양조〉ㆍ〈중모리〉ㆍ〈중중모리〉ㆍ〈자진모리〉ㆍ〈엇모리〉ㆍ〈동살푸리〉ㆍ〈휘모리〉의 7악장으로 구성된다. 〈진양조〉는 솔(sol)-라(la)-도(do)-레(re)-미(mi) 구성의 평조와 미(mi)-라(la)-시(si)-도(do) 구성의 계면조 두 가지 선율의 특징이 보인다. 〈중모리〉는 계면조가 선율의 대부분을 구성하고 있으며 간혹 평조 선율도 보인다. 〈중중모리〉는 계면조로만 구성되어 있으나 청의 변화가 보인다. 〈자진모리〉는 모두 B♭본청 계면조로 되어 있다. 〈엇모리〉와 〈동살푸리〉는 계면조와 평조 선율이 모두 보인다. 〈휘모리〉는 청 변화 없이 B♭본청 계면조로 되어 있다. 《김석출제 김경수류 태평소산조》는 2019년 음반과 2021년 서적으로 발표되었다. 《김석출제 김경수류 태평소산조》는 김석출 태평소산조를 바탕으로 하여 그 구성에 맞게 확장한 산조로 〈다스름〉을 시작으로 〈진양〉ㆍ〈중모리〉ㆍ〈중중모리〉ㆍ〈자진모리〉로 구성되어 있다. 《김경아류 태평소산조》는 2022년 국립국악원 우면당에서 발표되었으며 기존의 계면조 위주의 태평소산조와 달리 다양한 선율과 본청변화를 중심으로 새롭게 창작된 산조이다. 연주 음역이 좁은 태평소의 한계점을 탈피하고자 중심음 변화를 통해 다채로운 이면의 세계를 표현하고자 하였으며 특히 서울, 경기지역의 특징적인 선율을 고루 포함한 것이 특징이다. 〈다스름〉을 시작으로 〈진양〉ㆍ〈중모리〉ㆍ〈중중모리〉ㆍ〈자진모리〉ㆍ〈엇모리〉ㆍ〈휘모리〉로 구성되어 있다. ○ 용도 민속악 장르 중 기악 독주곡으로, 태평소 음악의 본질을 감상하기 위한 연주곡이다.
다양한 연주곡 부재와 그로 인한 연주법 및 기초교육자료가 부족한 것이 태평소 음악의 현실이다. 이러한 문제점들은 음악의 한계성과 확장성을 저해하는 부분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창작음악 연구에도 많은 영향을 미친다. 이에 연주자의 섬세한 연주력을 이면으로 담아낼 수 있는 태평소산조의 연구와 연주는 한국 전통악기의 다양한 가능성을 보여주고, 태평소 전통음악의 전승에 큰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국립무형유산원, 『국립문화재연구소 소장자료 시리즈 23 산조 음반 해설집』, 국립문화재연구소, 2003. 김경수, 『김석출제 김경수류 태평소산조』, 민속원, 2021. 고안나, 「호적산조의 형성 시기 및 연주자별 형성과정 검토 -방태진·한일섭·김석출의 호적산조를 중심으로-」, 『한국음반학』 31, 2021. 김현승, 「방태진ㆍ송복산 호적 시나위의 연구 –굿거리ㆍ자진모리ㆍ휘모리를 중심으로-』, 한국예술종합학교 예술전문사 논문, 2018. 이승헌, 「태평소 시나위 선율 분석」, 한양대학교 박사학위논문, 2020. 이재혁, 「김석출 호적 산조에 관한 연구: 선율 중심으로」, 중앙대학교 석사학위논문, 2015. 이주상, 「태평소산조 생성을 위한 전조와 이조 분석」, 영남대학교 석사학위논문, 2010. 정경조, 「태평소 산조의 선율 다양화 방법론 연구」, 『국악원논문집』 21, 2010.
김경아(金敬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