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산조(合散調)
여러 악기가 함께 산조를 연주하는 곡
독주곡인 산조가 등장한 이후 민속악 레퍼토리의 발전과 함께 새롭게 생겨난 기악합주의 한 장르라고 할 수 있다. 보통 기본 가락을 정한 뒤 여러 악기들이 각각의 특색을 살려 병주하거나 즉흥적인 가락을 더하여 합주하는데 합주 편성이나 연주 형태가 고정된 것은 아니다. 산조 합주의 구성은 한 가지 악기를 여러 명이 합주하는 경우, 2~3가지의 악기를 편성하는 경우, 각 악기별로 편성하는 경우 등 다양하다.
○ 역사적 변천 과정
20세기 전기에는 산조합주를 ‘산조’ 혹은 ‘합산조’로 불렀으며, 2~4개 정도의 악기가 편성되었다. 초기 산조합주는 봉장취합주와 악기편성은 유사하였으나 진양조, 중모리, 자진모리의 느린 장단에서 빠른 장단으로 점점 속도가 빨라지는 악장 구성을 갖추고 있어서 독주 산조를 바탕으로 구성되었음을 알 수 있다.
20세기 후기에는 산조합주라는 명칭이 하나의 악곡명으로 자리 잡기 시작하였다. 1950∼60년대까지는 산조합주가 가야금 산조 중주, 정악가야금과 산조가야금의 합주 등의 형태로 나타났는데, 이는 산조합주라는 용어가 현행과 같이 일종의 곡목처럼 통용되기 이전에 여러 가지 형태로 사용되었다고 해석된다. 국립국악원 산조합주가 구성되기 이전의 산조합주는 장단 및 악기 구성은 현행과 유사하지만, 즉흥성이 강한 시나위의 성격을 띠고 있었다. 또한 국립국악원 민속악단이 창단되면서 산조합주가 공연곡목으로 확립된 이후 본격적으로 현행과 같은 산조합주의 연주형태가 증가하였다.
○ 음악적 특징
선율 구성 방식에 있어 대부분의 합주와 독주 선율은 기존 산조에서 인용되고 연주자들에 의해 구성되기도 한다. 악곡 운용방식에 있어 〈시나위합주〉와 대조적으로 자유롭고 명확한 변청 및 변조가 활용되고, 여러 악기가 서로 주고받는 형태로 연주하는 악기 대비가 나타나는데 이는 정확한 선율진행을 약속한 산조 합주의 특성상 가능한 형태이다. 합주와 독주로 연결할 때 서로 다른 음역대로 상반되게 진행하거나 악기별로 서로 다른 음역대의 연주를 하는 형태의 음역대 대비도 나타나는데, 이러한 음역대 대비는 여러 악기가 같은 선율을 연주하는 산조합주에서 음색적인 다양성 이외에도 합주의 효과를 극대화하는 형태로 해석된다.
○ 악기편성 산조음악을 연주하는 가야금, 거문고, 대금, 피리, 해금, 아쟁의 6종 악기에 장구가 편성되는 것이 보편적인 연주 형태이지만 이 밖에도 한 가지 악기를 여러 명이 합주하는 경우, 2~3가지의 악기를 편성하는 경우, 각 악기별로 편성하는 경우 등 다양하다.
산조합주는 기존산조 인용, 연주자 구성, 변청과 변조, 악기 및 음역대 대비 등의 다양한 구성방식으로 현재 주요 민속합주곡으로 확립되었다. 산조합주는 태생적으로 산조에 의지해야 하는 한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연주되면서 민속악의 합주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국립국악원 편, 『國樂沿革』, 국립국악원, 1982. 권도희, 「20세기 전반기 산조와 관련 기악 갈래(심방곡·봉장취·굿거리·살푸리)의 장단 구성법」 , 『동양음악』39, 2016. 성경린, 「국악개관」, 『한국예술지』16, 1981. 이보형, 「봉장취의 연원과 변천고」, 『한국음반학』 10, 2000. 이진원, 「단소산조·퉁소산조·피리산조 형성시기 재검토」, 『국악원논문집』15, 2003. 이여진, 「산조합주 변천양상 연구: 국립국악원의 연주를 중심으로」,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 박사학위 논문, 2018.
이여진(李如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