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구가 스승인 장월중선에게 배운 가락을 자신의 가락과 구성하여 만든 아쟁산조
김일구(金一球, 1940~)는 김동문(金東文) 명창의 아들로 8세 때부터 일찍이 소리를 시작하였지만,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변성기로 인해 한때 소리 공부를 멈추게 된다. 그러한 시기를 유용하여 1962년부터 목포의 장월중선에게 아쟁산조를 전수 받았고 다스름, 진양조, 중모리, 중중모리, 자진모리에 자신이 구성한 각각의 소릿제 가락을 첨가하여 총 45여 분 길이의 아쟁산조를 완성했다.
○ 시대적 배경 김일구의 스승인 장월중선은 여성국극단에서 작창가로서 활발한 활동할 당시 가야금 12줄 중 5줄의 안족을 눕히고 7줄을 사용하여 바이올린 활대의 연주법으로 전통 찰현악기 시도를 모색하였고 그러한 개량된 아쟁을 통해 창극의 극적 장면 음악에 활용하였다. 이후 장월중선은 10여 분의 아쟁산조를 구성하고 김일구에게 전승하였고, 김일구는 다양한 판소리 가락을 얹어 독자적인 자신의 아쟁산조를 생성하게 된다.
김일구는 1940년 전라남도 화순에서 태어나 8세 때부터 소리 공부를 시작했다. 공대일에게 《흥부가》, 《춘향가》를 사사하였고 장월중선에게 아쟁산조를, 원옥화에게 강태홍류 가야금산조를 배웠다. 1971년부터는 서울로 올라와 동편제의 명창 박봉술에게 《적벽가》를 비롯해 판소리 다섯 바탕을 사사하여 이수자가 되었고 1982년부터 국립창극단에 입단하여 창극 《흥보전》, 《토생원과 별주부》, 《윤지경 부마사랑》 등 작품의 주역으로 등장하면서 대중적인 사랑을 받았다. 1979년 전주대사습놀이 전국대회에서 기악부 장원, 1983년 전주대사습놀이 전국대회에서 판소리 명창부 장원을 수상했고 1985년 경주 신라문화재 기악 특장부에서는 아쟁산조로 대통령상을 받았다. 이후 1991년 KBS국악대상, 2000년 국립국악원 공로상을 수상하고 국립창극단과 국립국악원을 거치면서 소리, 작창, 배우, 연출 등 다양한 재능을 인정받는다. 2020년 국가무형문화재 판소리 《적벽가》 예능보유자로 지정되면서 후학 정진에 힘쓰고 있다.
○ 장단 구성과 조의 구분
김일구류 아쟁산조에 구성된 장단은 총 4가지로 진양조, 중모리, 중중모리, 자진모리이다. 가장 느린 진양조의 시작으로 중모리, 중중모리, 자진모리로 점차 빠르게 진행되다가 마지막 자진모리 끝부분에 푸는 가락을 더하여 느리게 종지하는 형식을 갖는다. 현재 전승하고 있는 진양조의 가락은 72각, 중모리는 41장단, 중중모리는 49장단, 자진모리는 무장단의 푸는 가락을 제외하고 136장단으로 이루어져 있다.
<김일구류 아쟁산조 악장별 조의 구분>
악 장 | 조 의 구 분 |
진양조 | 우조-계면조 |
중모리 | 계면조 |
중중모리 | 계면조 |
자진모리 | 계면조 |
김일구는 장월중선의 가락을 그대로 받지 않고, 응용하여 다양한 변화를 시도했다. 먼저 동일음의 반복을 시도하였고 간음의 추가 및 삭제 부분이 생겼으며 리듬 변화를 다양하게 시도하여 변화를 더욱 이끌었다. 또한, 선율 변화를 통해 가락의 창의성을 중요시했다.
김일구류 아쟁산조 중 진양조를 제외한 중모리, 중중모리, 자진모리 장단까지는 장월중선의 시작 부분을 그대로 이어받았다. 전승되고 있는 김일구의 아쟁산조를 살펴보면 진양조는 장월중선 산조 가락 중 7각을 그대로 이어받고 2각을 응용하고 63각을 자신이 창작하여 구성하고 있다. 중모리는 1각을 그대로 이어받고 4각을 응용하고 36각을 자신이 창작하여 중모리를 완성했으며, 중중모리는 19각을 그대로 이어받고 3각을 응용하고 27각을 자신이 창작하여 중중모리를 완성했다. 자진모리는 32각을 그대로 이어받았고 104각을 자신이 창작하여 자진모리를 완성시켰다.
김일구류 아쟁산조는 타 유파와 달리 첫 연주 시 진양조장단 앞에 다스름을 넣어 탄현(彈絃)으로 많이 연주하는데 그것은 산조의 구성자가 산조아쟁 연주 주법의 다양성을 표현하기 위함이다. 산조에 내재한 장단별 선율 단락은 기승전결이 분명하고, 각각의 기본음을 다양하게 변화시키는 변청 기법, 악기의 고난도 주법을 활용하고 있다. 그러한 연주를 통해 음색과 가락을 창의적으로 구사하며 아쟁 특유의 애절하면서도 화려한 멋을 표현하는 산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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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호(金容湖)