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선이 한일섭에게 배운 가락에 자신의 가락을 구성하여 만든 아쟁산조
즉흥성이 요구되는 창극 반주에서 한층 정제된 틀의 아쟁산조 짜임을 갖추게 공헌한 사람은 한일섭(韓一燮, 1927~1973)이다. 박종선(朴鍾善, 1941~)은 그와 24세부터 3년간 함께 기거하며 다양한 가락을 익힌 후 자신만의 가락을 추가하여 스승에게 배운 산조보다 연주시간이 늘어난 박종선류 아쟁산조를 만들었다.
박종선의 스승인 한일섭은 1950년대 이후 국극단 활동을 통해 10여 년 후배이자 제자이기도 한 박종선에게 자신만의 아쟁을 비롯한 태평소, 장단 등을 교류, 전수한다. 이중 아쟁산조는 초창기 한일섭이 심혈을 기울인 작품으로 한일섭의 진양조 가락을 중심으로 박종선이 창작 가락을 만들었고 1960년대 이후 박종선의 다양한 소릿제 가락을 각 진양조, 중모리, 중중모리, 자진모리에 첨가하여 총 30분 길이의 아쟁산조를 완성한다.
○ 시대적 배경
박종선류 아쟁산조의 원류는 한일섭 가락으로 구성된 아쟁산조이다. 한일섭은 어려서 음악적 재질이 출중하여 소년 명창으로 이름을 알렸으나 16세인 1946년 변성기 시절에 성음이 파성(破聲)되어 연기와 기예를 연마하여 희극배우로 활동한다. 1952년 국악사의 악사장으로 재직하면서 아쟁을 연주하기 시작했으며 1958년 화랑 국극단에서 모든 공연 작품을 편곡하고 단원들을 지도하며 다양한 제자를 양성한다. 한일섭은 그러한 생활을 거치며 판소리의 가락을 아쟁에 얹어 아쟁산조를 창안하였고 함께 숙식을 같이했던 박종선에게 아쟁산조를 전수한다.
박종선은 1941년 전라남도 담양군 담양읍 객사리에서 아버지 박영실과 어머니 공영순 사이에서 외아들로 태어났다. 아버지 박영실은 시대의 명창이었지만 박종선의 나이 3살 때 창극 <일목장군>을 연습하다가 세상을 떠난 후 백부인 박동실 슬하에서 자랐다. 큰아버지인 박동실도 국악계의 거목으로 자녀로는 남도 여류명창이었던 박수길, 〈하얀나비〉, 〈이름모를 소녀〉로 널리 알려진 가수 김정호의 어머니인 박희숙이 있다. 또한, 외조부 공창식도 전설적인 명창 임방울 명창의 스승이며 외삼촌 공기남, 공기준도 당대의 유명한 명창이다. 한 시대를 풍미하던 박종선의 집안은 박동실과 공기남의 월북으로 많은 시련을 겪었고 그의 나이 14세에 가출하여 전통음악의 배움을 찾는다. 박종선은 15세에 박후성의 ‘화랑 여성창극단'에 입단하여 한일섭을 만난다. 무대 심부름을 시작으로 많은 창극의 음악을 귀동냥과 학습을 통해 자신의 음악으로 넓혀 나간다. 이후 임춘앵 여성국극단, 송죽국극단, 햇님국극단 등 여러 국극단을 활동하며 소아쟁의 기량을 다지며 생활하다가 1974년 광주시립국악원 강사로 재직하며 독자적인 아쟁의 연주와 교육에도 심혈을 기울인다. 1981년에는 서울 국립국악원 민속연주단으로 이직하여 국가의 크고 많은 행사에 참여하였으며 한일섭에게 배운 가락과 자신이 응용한 가락을 융합한 독자적인 유파를 만들어 많은 제자에게 전승하기에 이른다. 국립국악원 민속연주단 예술감독과 국립창극단 악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서울시 무형문화재 <박종선류 아쟁산조> 예능 보유자이다. ○ 장단 구성과 조의 구분 박종선류 아쟁산조에 사용되는 장단은 진양조, 중모리, 중중모리, 자진모리이다. 가장 느린 진양조의 시작으로 중모리, 중중모리, 자진모리로 점차 빠르게 진행되다가 마지막 자진모리 끝부분에 푸는 가락을 더하여 느리게 종지하는 형식을 갖는다. 전승하는 산조의 가락은 진양조 54각, 중모리 36장단, 중중모리 42장단, 자진모리는 무장단의 푸는 가락을 제외하고 99장단으로 이루어져 있다.
박종선류 아쟁산조 악장별 조의 구분
악 장 | 조 의 구 분 |
진양조 | 계면조-우조-계면조 |
중모리 | 계면조 |
중중모리 | 계면조 |
자진모리 | 계면조 |
○ 이수자 현황 * 박기영, 박희정 (2009년 04월) * 이태백, 김영길, 김용호, 강혜옥, 이문수, 김선제, 박지용, 김상훈, 문경아, 정미정, 서보람,서정호, 배런 (2015년 12월) * 김승철, 이혜리, 김소연, 김다인 (2018년 08월) * 윤세림, 박재성, 김예지나 (2019년 08월) * 고준형, 손세빈, 안경연, 김빛나 (2020년 07월) * 김성민, 진선경, 장혜정, 양희정, 서은애, 유민혁, 백보산, 김혜인, 심성은, 유건영, 한규아 (2021년 08월) * 이은지, 장진아, 이종헌 (2021년 11월)
박종선류 아쟁산조는 한일섭-박종선에게 전해지며 시김새와 농현의 변화와 각 장단의 계면조를 더하여 길이가 길어지면서 만들어진 새로운 계보의 유파이다. 현재 전승되고 있는 박종선류 아쟁산조에 사용된 줄은 8줄 중에서 대개 제2현부터 제8현까지 7줄만 사용한다. 단 제1현인 줄은 중중모리 부분에 한번 출현하는 것이 특이하다.
진양조는 계면조로 시작되며 6각부터 우조로 순행(順行) 된다. 중모리도 계면조로 시작되는데 묻고 답하는 듯한 특수한 선율의 형식이 특징이다. 마치 음을 짓누르는듯한 표현인 잔(細)농현의 성음이 특이하며 가락의 기교가 완급을 이루며 중모리를 마무리한다. 중중모리 또한 계면조가 기조(基調)가 되어 끝까지 진행이 되며 중모리와 같이 조바뀜은 없다.
자진모리의 특징은 풀고, 맺는 선율, 즉 중모리에서와 같이 묻고, 답하는 선율의 구조이다. 선율의 짜임새는 두 장단을 한 단위로 이어져 문답형으로 많이 전개되어 있다. 음계는 계면조가 기조로 되어 있으며 65째 장단부터는 자진모리의 백미로 산조아쟁의 최고 음역인 3옥타브 음높이까지 올라갔다가 점점 하행진행하며 무장단으로 풀면서 끝을 맺는다. 산조가 만들어진 초기에는 개나리 활대를 많이 사용하였지만, 현재는 유니 활대의 사용을 상용하고 있다.
아쟁산조: 서울시 무형문화재(2009)
김용호, 『박종선류 아쟁산조』, 은하출판사, 2003. 김용호, 『산조아쟁의 이론과 연주』, 민속원, 2015. 김용호, 「산조아쟁의 발생과정과 아쟁산조의 유파연구」, 영남대 대학원 박사학위 논문, 2010. 김해숙, 『산조연구』, 세광음악출판사, 1987. 이태백, 「아쟁산조 변천에 관한 연구」, 한양대 대학원 박사학위 논문, 2013. 정범태, 『명인명창』, 깊은샘, 2002.
김용호(金容湖)