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래 아쟁을 개량한 소아쟁으로 연주하는 전통 기악 독주곡
1940년대부터 성행한 창극의 반주에는 새소리, 물소리, 바람소리, 귀신소리, 천둥소리 등 인간과 짐승의 감정까지 모두 악기의 성음으로 표현하게 되는데 이러한 음악적 간지(懇志)에 필요성을 느껴 개량된 악기가 소아쟁이다. 소리와 동작을 파악하여 장면을 만들어 낼 때 지속적인 현의 소리로 극 중 고조되는 부분은 더욱 고조되게 표출하며 애절한 곳은 더욱 애절하게, 기쁜 곳은 다양한 가락의 지속음을 통해 더욱 기쁘게 표현했다. 그러한 악기는 한일섭(韓一燮, 1929~1973), 정철호(鄭哲鎬, 1927~2022), 장월중선(張月中仙, 1925~1998) 등 전문 연주가들에 의해 소리제, 시나위제 등의 가락 구성으로 여러 유파를 형성하게 된다. ○ 시대적 배경 아쟁산조는 산조가 20세기 이후 여러 악기의 산조로 만들어져 발전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파생되었다. 창극이 성행한 1940년대에 이르러 전통음악의 새로운 발전 가능성을 모색하려는 아쟁 연주자의 예술 창작 정신에서 아쟁산조 구성은 시작된다.
○ 역사적 변천 과정
창극 반주에서 시작된 소아쟁의 활용은 다양한 가락 구성을 도왔으며 산조 형식의 장단을 만드는 과정을 거치며 아쟁산조의 음악적 기초를 다진다. 1960년 전후한 시기에 이르러 독주 악기로서의 가능성을 보이면서 정제된 틀을 갖춘 음악인 아쟁산조를 완성하게 된다. 아쟁산조가 연주됨으로써 소아쟁이라 불리던 악기는 산조아쟁이라는 명칭을 얻게 되었으며 한일섭, 정철호, 장월중선에 의해 즉흥성이 요구되는 창극 반주에서 한층 정제된 틀의 아쟁산조 짜임을 갖추게 되었다.
○ 전승 과정
즉흥성이 요구되는 창극 반주에서 한층 정제된 틀의 아쟁산조 짜임을 갖추게 공헌한 사람은 한일섭이다. 한일섭류 가락을 바탕으로 한 아쟁산조로는 박종선, 윤윤석, 박대성류가 있는데 보통 연주 시간은 짧은 산조가 13분, 긴 산조가 30분 정도이다. 박종선류 아쟁산조는 진양조·중모리·중중모리·자진모리로 구성되어 있으며 흔히 '소리제 산조'로 불린다. 박종선은 한일섭에게 수업을 받기 전부터 나름대로 산조를 연주하고 있었으며 24세 때 한일섭으로부터 다양한 가락을 배운 후 자신만의 가락을 추가하여 스승에게 배운 산조보다 연주 시간이 늘어난 박종선류 아쟁산조를 구성하였다. 윤윤석류 아쟁산조는 즉흥적인 기교와 창조적인 가락이 많은 ‘시나위제 산조’로 깊은 슬픔이 배어있는 산조이다. 윤윤석(尹允錫, 1938~2006)은 한일섭에게 진양조 중 우조를 배우고 독자적인 산조를 구성하였다. 박대성류 아쟁산조는 박종선, 윤윤석과 같은 시기에 한일섭의 아쟁산조를 전수하여 부산지역을 근거지로 한 유파를 형성하고 있다.
한일섭류와 비슷한 시기에 생긴 정철호류는 서용석(徐龍錫, 1940~2013)이 전수하여 서용석류로 이어지고 있다.
또한, 장월중선의 가락을 바탕으로 짜인 아쟁산조는 김일구(金一球, 1940년~)에 의해 전수되고 있다. 김일구류 아쟁산조는 활대로 연주하지 않고 손가락으로 연주하는 탄현(彈絃)의 다스름이 첨가된 특징이 있으며 이어 진양조, 중모리, 중중모리, 자진모리로 구성되어 있다. 현재 전승되고 있는 아쟁산조의 조성은 우조와 계면조가 중심이며 진양조를 제외한 모든 장단은 계면조로 이루어져 있다.
아쟁산조는 궁중음악 계열의 전통 아쟁 음악보다 가락이 많고 속도가 빠르다. 그래서 산조아쟁은 줄과 줄 사이가 좁고 전체적인 음역도 높으며, 줄의 굵기도 정악아쟁보다 가늘고 악기 길이도 짧다. 개나리 활대를 쓰는 것은 정악과 산조가 같으나, 활대의 굵기와 길이는 산조아쟁의 활대가 더 짧고 가늘며 마찰하여 내는 소리의 성음은 거칠고 투박하다. 부드러운 음색을 요구하는 현대에 들어 유니 활대를 아쟁산조에 즐겨 사용하고 있다.
아쟁산조에 필요한 산조아쟁이 개량된 과정을 살펴보면 기존의 문헌들은 전래 악기인 대아쟁이 곧바로 산조아쟁으로 개량하여 사용했을 것이라 추론하고 있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산조를 연주할 수 있는 가야금의 영향과 활대를 사용하여 지속음의 효과를 내는 전래 아쟁의 영향을 함께 받았다는 추론도 있다. 현을 뜯어내는 연주하는 다스름 형태가 몇몇 아쟁산조 초 앞에 구성된 이유는 그러한 악기론적 영향과 산조 구성자의 연주 능력 활용으로 판단된다.
아쟁산조의 음악적 기원은 무용이나 창극 반주에서 찾을 수 있다. 무용이나 창극 반주 음악에서 아쟁 성음은 가야금이나 거문고를 사용할 때보다 더 큰 효과를 얻을 수 있었으므로 아쟁의 사용이 유용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산조에서는 악기 구조상 청의 이동이 자유롭지 못한 이유로 계면조의 영역이 많으며 평조의 활용은 미미하다.
김용호, 『산조아쟁의 이론과 연주』, 민속원, 2015. 김용호, 「산조아쟁의 발생과정과 아쟁산조의 유파연구」, 영남대 대학원 박사학위 논문, 2010. 김해숙, 『산조연구』, 세광음악출판사, 1987. 이관웅, 「아쟁산조에 연구」, 중앙대 대학원 박사학위 논문, 2011. 박정경, 「민속음악을 풍요롭게 한 한일섭의 산조아쟁」, 『국악누리』 80, 2006.
김용호(金容湖)