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리로 연주하는 산조
피리산조는 산조라는 음악을 피리로 연주하는 기악독주곡이다. 조선 말기 명인인 최응래(崔應來, ?~?)가 처음으로 만들었으나 지금은 전해지지 않는다. 현재 피리산조는 《이충선(李忠善, 1901~1989)류 피리산조》, 《정재국(鄭在國, 1942~)류 피리산조》, 《박범훈(朴範薰, 1948~)류 피리산조》, 《서용석(徐龍錫, 1940~)류 피리산조》의 네 유파가 전승되고 있다.
지금까지 밝혀진 바로는 피리산조를 처음으로 만든 사람은 최응래이다. 최응래는 조선 말기의 명인으로 활동하였는데, 그의 가락은 음반에 기록되지 않고 전승자가 없어 현재는 연주되지 않는다. 이후 일제강점기에도 오진석(吳晉錫, 1885~?), 한성준(韓成俊, 1874~1941), 지영희(池瑛熙, 1909~1980) 등이 피리산조를 만들기 위해 시도했으며 이는 현재 전하는 음악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그러나 피리의 음역이 다른 악기에 비해 좁다는 특성 때문에 비교적 늦은 1970년대 이후에야 현재 연주되는 산조가 만들어졌다.
○ 역사적 변천 과정 피리산조는 현재 이충선류ㆍ정재국류ㆍ박범훈류ㆍ서용석류의 네 유파가 전하는데, 이들은 각각 다른 가락의 영향을 받아 만들어졌다. 《이충선류 피리산조》는 《한주환류 대금산조》를 토대로 하여 그 선율을 악기 특성에 맞게 변형해 만든 산조다. 이 가락은 서한범(徐漢範, 1945~)에 의해 채보, 정리되었고 1971년에 정리한 가락을 바탕으로 『피리산조』에 수록되었다. 《정재국류 피리산조》는 이생강이 채보한 오진석의 피리 시나위 가락과 이충선의 피리 시나위 가락을 바탕으로 정재국의 음악 스타일을 더해 만들었다. 1972년 정재국이 자신의 독주회에서 이 산조를 발표하였다. 《박범훈류 피리산조》는 경기시나위 가락을 바탕으로 한 지영희의 피리산조 가락을 박범훈이 1983년 다시 짜 만든 산조다. 이 가락은 1985년 『피리산조연구』로 발표되었고 1987년 박인기 피리 발표회에서 초연되었다. 《서용석류 피리산조》는 대금연주자 서용석이 구성하여 만들었다. 이 가락은 구음을 통해 한세현에게 전수되었다. ○ 용도 산조는 민속악 갈래 중 유일한 기악독주곡으로, 감상을 위한 연주곡이다.
○ 음악적 특징 《이충선류 피리산조》는 〈진양조〉ㆍ〈중모리〉ㆍ〈중중모리〉ㆍ〈굿거리〉ㆍ〈자진모리〉의 다섯 악장으로 구성된다. 이 중 〈진양조〉와 〈중모리〉는 한 악장 안에 솔(sol)-라(la)-도(do)-레(re)-미(mi) 구성의 평조와 미(mi)-라(la)-시(si)-도(do) 구성의 계면조가 모두 보이며 〈중중모리〉는 평조로, 〈굿거리〉 이후는 계면조로 각각 구성되어 있다. 《정재국류 피리산조》는 〈진양조〉ㆍ〈중모리〉ㆍ〈중중모리〉ㆍ〈자진모리〉의 네 악장으로 구성된다. 이 중 〈진양조〉ㆍ〈중모리〉ㆍ〈중중모리〉는 계면조로만 이루어진 반면, 〈자진모리〉에서는 평조와 계면조가 모두 보인다. 《박범훈류 피리산조》는 〈진양조〉ㆍ〈중모리〉ㆍ〈중중모리〉ㆍ〈자진모리〉의 네 악장으로 구성된다. 모든 악장에서 평조와 계면조가 보이며 특히 〈진양조〉와 〈중모리〉는 두 악조가 비슷한 비율로 구성되어 있다. 《서용석류 피리산조》는 〈진양조〉ㆍ〈중모리〉ㆍ〈중중모리〉ㆍ〈자진모리〉의 네 악장으로 구성된다. 모든 악장에서 평조와 계면조가 보이지만 《박범훈류 피리산조》와는 다르게 산조 악조가 대부분 계면조로 구성되었다.
《정재국류 피리산조》는 〈진양조〉, 〈중모리〉, 〈중중모리〉, 〈자진모리〉의 4악장으로 구성된다. 이중 〈진양조〉, 〈중모리〉, 〈중중모리〉는 계면조로만 이루어진 반면 〈자진모리〉는 평조와 계면조가 모두 보인다.
《박범훈류 피리산조》는 〈진양조〉, 〈중모리〉, 〈중중모리〉, 〈자진모리〉의 4악장으로 구성된다. 모든 악장에서 평조와 계면조가 보이며 특히 〈진양조〉와 〈중모리〉는 두 악조가 비슷한 비율로 보인다.
《서용석류 피리산조》는 〈진양조〉, 〈중모리〉, 〈중중모리〉, 〈자진모리〉의 4악장으로 구성된다. 모든 악장에서 평조와 계면조가 보이지만 《박범훈류 피리산조》와는 다르게 산조 악조가 대부분 계면조로 구성되었다.
피리산조는 피리의 특성과 사회적 역할이 감상 목적의 음악인 산조와 맞지 않아 다른 산조에 비해 생성시기가 늦다. 다만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 여러 시나위 선율과 다른 악기의 산조 등 다양한 가락을 바탕으로 자신의 고유한 가락을 창작하여 음악성 있는 산조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있다.
국립무형유산원, 『무형문화재조사보고서 7 산조』, 문화재관리국 문화재연구소, 1987 김성진, 『피리산조연구 1. 정재국류』, 민속원, 2014. 박범훈, 『피리산조연구』, 세광음악출판사, 1985. 이보형, 「산조의 사회사적 의미 고찰」, 『국악원논문집』 19, 2009. 이진원, 「단소산조ㆍ퉁소산조ㆍ피리산조 형성시기 재검토」, 『국악원논문집』 15, 2003. 최명화, 「피리산조의 음악적 특징 연구 –이충선ㆍ정재국ㆍ박범훈ㆍ서용석류를 중심으로-」, 이화여자대학교 박사학위논문, 2013.
김경아(金敬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