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산조(玄琴散調)
거문고로 연주하는 산조의 총칭
오늘날 자주 연주되는 거문고산조는 신쾌동류와 한갑득류 2개 류파이며, 진양조, 중모리, 중중모리, 자진모리의 4개 악장으로 구성된다. 엇모리를 포함하여 연주하기도 하는데, 신쾌동류는 중중모리 다음에 엇모리를 연주하고, 한갑득류는 엇모리 다음에 중중모리를 연주한다.
거문고산조는 20세기 초에 충청남도 논산군 강경에서 백낙준(白樂俊, 1884~1933)이 처음 연주하기 시작한 악곡이다. 백낙준은 부친 백명수의 구음을 거문고로 옮겨 산조를 창작하였다고 알려져 있으며, 그의 가계가 전통적인 무업에 종사하였다는 박동진의 증언으로 미루어 충청도 지역의 무악에 뿌리를 두고 있는 중고제산조라 정의할 수 있다. 백낙준의 거문고산조 음반에는 청의 음고가 정악과 같은 B♭이며, 문현의 음고 역시 정악과 같은 E♭인 점에서 초기에는 풍류용 거문고로 산조를 연주하였음을 알 수 있다. 백악지장이라고 일컫는 거문고로 산조를 연주하는 것에 대하여 당시 풍류방과 양반층의 질타가 대단하였다는 비화가 전해진다.
○ 역사적 변천 과정 백낙준이 창시한 거문고산조는 진양조, 중모리, 엇모리, 자진모리의 4개 악장으로 구성되었으며, 신쾌동류 거문고산조는 진양조, 중모리, 중중모리, 엇모리, 자진모리, 휘모리의 6개 악장으로 확장되었고, 한갑득류 거문고산조는 진양조, 중모리, 엇모리, 중중모리, 자진모리의 5개 악장으로 확장되었다. 백낙준의 거문고산조는 우조와 계면조 위주로 이루어졌으며, 신쾌동과 한갑득에 의하여 평조 선율이 추가되었다. 백낙준 당시의 거문고산조는 B♭을 청으로 조율하였으나, 그 후에 B음으로 변화되었고, 현재는 C음을 청으로 조율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러한 청의 변화는 시나위 합주 또는 산조 합주의 영향 때문으로 보인다. 거문고산조가 독주로 연주될 때는 연주자에 따라 B음을 청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신쾌동(申快童, 1910~1977)과 한갑득(韓甲得, 1919~1987)은 백낙준의 거문고산조를 바탕으로 새로운 선율을 창작하여 자신의 류파를 만들어냈다. 새로운 선율의 창작에는 판소리, 시나위, 민요, 정악, 다른 악장의 선율을 이용하기도 하였는데, 그 방법은 다음의 예에서 찾아볼 수 있다. 한갑득은 판소리 중 《춘향가》의 〈유색황금눈〉대목 선율을 이용하여 중중모리 선율(봉장취라 불림)을 만들었는데, 이것은 오늘날 신쾌동류의 중중모리에 남아있다. 한갑득류의 진양조 제17~20각은 《춘향가》 중 〈모지도다〉 대목 선율을 거문고산조 선율로 변화시킨 것이며, 자진모리의 5관청은 창극의 막간에 시나위 합주를 하면서 거문고에 적용된 변주 방법이다.
신쾌동은 익산 민요 〈도의가〉의 선율을 중중모리에 수용하였다. 신쾌동류의 휘모리는 정악의 양청도드리 선율을 변주한 것이다. 계면조의 전형적인 종지형인 [4도 상행+4도 상행] 또는 [2도 상행+4도 상행] 하는 종지형은 정악 《영산회상》 중 〈세령산〉의 종지형을 산조에 수용한 것이다. 신쾌동은 진양조 6박 또는 12박 선율을 중모리 12박 선율로 변주하였고, 한갑득은 자진모리 2장단 선율을 중중모리 1장단 선율로 변주하였다.
백낙준의 거문고산조는 김종기(金宗基, 1902~1940),박석기(朴錫基, 1900~1953)신쾌동에게 전승되었다고 알려졌으나, 최근 북한의 자료에 의하여 안기옥(安基玉, 1894~1974)에게도 전승된 것으로 보인다. 안기옥의 계보는 김용실로 이어졌으나 그 후의 전승은 알려진 바가 없고, 김종기 역시 거문고산조의 일부를 음반으로 남겼을 뿐 전승은 단절되었다. 박석기의 계보는 한갑득으로 이어졌고, 한갑득은 김윤덕(金允德, 1918~1978), 박정희, 방금선, 원광호(元光浩,1923~2003), 김춘지, 김죽파, 김취란, 원옥화, 강동준, 김선한, 김무길, 최철호에게 전수하였고, 국립국악원과 국악사양성소에서 황득주, 정대석, 이재화, 하주화, 양승경, 김우진, 정화순, 백효숙, 황해영 등에게 전수하였다. 신쾌동의 계보는 황오익, 강성재, 김병두, 원광호, 양기평, 조위민, 김무길, 김영재, 김기환, 윤경순, 정옥자, 구윤국, 성기군, 김영욱, 이창홍, 김효순, 이세환, 오명석 등에게 이어졌다. 이들 중 국가무형문화재 거문고산조의 예능보유자로 지정된 이는 신쾌동, 한갑득, 원광호, 김영재, 이재화 5명이다. ○ 음악적 특징 거문고산조의 악장 구성에서 보이는 특징은 ‘엇모리’에 있다. 엇모리는 판소리에서도 도승(道僧)과 같이 신비한 인물의 등장에 제한적으로 쓰이며, 다른 악기의 산조에서는 거의 쓰이지 않는다. 거문고산조의 악조는 우조, 평조, 계면조로 여타 산조와 같으나, 우조와 계면조의 청이 같은 음이고, 평조의 청은 우조(또는 계면조)의 청보다 1음이 낮은 것이 특징이다. 가야금산조는 평조와 계면조의 청이 같으며, 우조의 청은 평조(또는 계면조)의 청보다 1음이 높다. 시나위에서 쓰이는 오관청을 수용한 점도 거문고산조의 특징이라 할 수 있다. 거문고의 악기 구조에서 표현되는 음색과 선율의 대비도 특징이다. 거문고의 대현으로 표현하는 중후한 음색과 거문고의 유현으로 표현하는 청아한 음색의 대비와 술대로 연주하는 강하고 또렷한 선율과 자출로 연주하는 부드러운 선율의 대비는 여타 악기의 산조에서 볼 수 없는 거문고산조만의 특징이다. 한갑득류 산조에서 보이는 다양한 가락도 특징으로 꼽을 수 있다. 한갑득은 많은 제자를 가르쳤지만, 제자들이 배운 거문고산조는 동일하지 않다. 한갑득이 공연 현장에서 남긴 20여 종의 음원은 모두 다른 가락 또는 다른 순서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것은 공연 시간, 장소, 무대 여건 등에 따라 가락을 다르게 구성하기도 하고 즉흥적으로 가락의 순서를 바꾸어 연주하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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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진(金宇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