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과 다양한 신중들 전에 재의식의 연고(緣故)를 아뢰는 안채비소리
현재 안채비의 대표적인 소리로 꼽히며, 상단권공, 중단권공, 관음청, 지장청 등 여러 권공의식에서 거행되고 있다. 경제(京制) 범패에서는 전문 범패승들에 의해 안채비 고유의 특성을 갖추어 전승되고 있다.
현재 발견되는 가장 오래된 조선시대 의식집은 권공제반의문勸供諸般文(1574)이지만, 유치성은 상당히 오래전부터 각 청(請), 예수재, 수륙재, 권공의식, 점안의식 등 많은 불교의식의 서두에서 유교의 소문(訴文)과 같은 역할을 하며 재의식의 연고(緣故)를 아뢰는 염불로 연행된 것으로 보인다. 『작법귀감作法龜鑑』(1826)과 『요집要集』(조선 말)에 수록된 유치성에서 4성 표기가 나타나는 점으로 보아, 전통 안채비소리처럼 한자의 성조를 견지하며 전승하려 한 사실을 알 수 있다. 각 청(廳)마다 본래 가사가 있었으나 소리가 소실된 경우가 많아 향후 복원이 관건이다.
○ 용도 유치성은 청하는 대상에 따라 가사가 달라진다. 상단에서는 ‘거불-소(상위소)-진령게-보소청진언-유치-청사(하략)’, 중단에서는 ‘거불-소(중위소)-진령게-보소청진언-유치-청사(하략)’의 절차 과정에서 행해진다. 또한 각 청(請)의 경우에도 그에 따른 유치가 있다. 예컨대 관음청에서는 보례진언-천수경 독송-거불-보소청진언-유치-청사(하략)의 절차에서 쓰인라고 할 수 있다. ○ 음악적 특징 유치성은 3소박 단위의 불규칙한 박자로 되어있고, 빠르기는 대개 =60~70이다. 또한 한국 불교음악의 주요 음악어법(경상도 음악어법)인 메나리토리(미(Mi)-솔(sol)-라(la)-도(do′)-레(re′))의 선율을 근간으로 한다. 한편, 경제에서는 선율의 종지에서 경기 음악어법의 영향이 나타나 경기지역 고유의 특성도 반영되어있다. 음역은 모두 평이(平易)하고 유유한 안채비소리의 선율적 특성으로 인해, 미(mi)~레(re′)의 장7도로 이루어져 한 옥타브 이내로 구성된다. 유치성에는 고유의 ‘짓는소리’가 있는데, 짓는소리는 일종의 구두점과 악구를 맺는 기능을 한다. ‘직촉(直促:음절과 음절 혹은 구와 구를 연결하기 위해 짧게 하행 진행하는 선율)’을 비롯하여 특유의 절도 있는 선율적 특징이 짓는소리에 잘 나타난다. 또한 대부분 가사가 산문체(2언·4언·5언·6언·7언 산문체)로 되어있어, 선율 역시 통절형식으로 구성된다. 이에 특정한 음악적 구조가 나타나지 않는다. 선율에서는 성조(4성:平·上·去·入)에 따라 특정한 선율 형태들(melodic patterns)을 보인다. 이처럼 성조에 의거한 형태의 선율이 곡 전체에 걸쳐 반복되어 출현하며, 안채비 특유의 특성이 나타난다.
수륙재에는 단(壇)마다 재의식의 연고를 아뢰는 의례가 많은 관계로 유치성이 다수 사용된다. 그 본편 시작인 《설회인유편》에서 연행되는 유치성의 가사는 다음과 같으며, 수륙재를 베푸는 이유를 서술하고 있다.
設會因由 第一(설회인유 1편) 蓋聞 慶喜應期於焦面 創起敎之初基 梁皇感夢於神僧 繼法筵之 後軌 由是 法筵無滯 含識有歸 寃親平等而蒙恩 凡聖普同而擭益 功勳㝡勝 利濟尤多 其爲大事因緣 實是無邊功德 <하략>
들으니 경희[아난]가 그때에 초면귀왕을 만나 가르침을 일으키는 첫 기틀을 마련하고, 양나라 황제가 꿈속에서 신승을 만나 감명을 받고 후대 법연의 법도를 이었다고 한다. 이때부터 법연은 막힘이 없어지고, 중생[함식]들은 귀의할 곳이 생겨, 원수와 친한 이가 평등하게 은혜를 입고, 범부와 성인이 모두 함께 이익을 얻게 되었다. 그 공훈은 가장 훌륭했고, 이로운 구제는 더욱더 많아져서, 그것이 큰일을 하는 인연이 되고 공덕 또한 그지없게 되었다. <하략>
『삼화사수륙재 의례문』, (사)국가무형문화재삼화사수륙재보존회, 2021, 58~59쪽.
유치성은 역사가 오래된 대표적인 안채비소리 중 하나로 선율에서 고유의 성조(聲調)와 안채비소리의 음악적 특징이 나타난다. 이를 통해 겉채비소리와 차별되는 안채비소리 고유의 갈래 특성을 알 수 있다.
『삼화사수륙재 의례문』, (사)국가무형문화재삼화사수륙재보존회, 2021. 손인애, 『경제 안채비소리(착어성·유치성·편계성) 성조聲調의 수용과 변용』, 민속원, 2020. 차형석, 「범패 유치성의 ‘직촉’ 연구」, 『한국음악문화연구』 3, 2011,
손인애(孫仁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