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문 가사로 된 산문(散文)을 성조(사성:四聲)의 이치와 가사 내용에 맞춰 낭송하듯 부르는 소리
한문 가사로 된 산문(散文)을 낭송하듯 부르는 소리로, 예전에는 절 안의 병법(秉法)이나 법주(法主)와 같은 학식이 많은 승려가 담당하였다. 그 종류로, 〈착어성(着語聲)〉, 〈창혼(唱魂)〉, 〈유치성(由致聲)〉, 〈청문성(請文聲)〉, 〈편계성(徧界聲)〉, 〈소성(疏聲)〉, 〈축원성(祝願聲)〉 등이 있다.
안채비소리의 유래를 정확히 파악하기는 어렵다. 다만, 16세기 조선시대 의식집에서 <유치성>, <착어성>, <편게성> 등이 발견되는 것으로 보아 이미 오래전 형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예전에는 절 안의 병법(秉法)이나 법주(法主)와 같이 많은 학식을 가진 승려가 담당하였다. 어장 범패승들은 고하자(高下字:일종의 성조)를 붙일 수 있는 소리만 안채비로 보기도 하지만, 현대에 와서 바깥채비소리의 상대어로 쓰이면서 바깥채비소리 외의 염불들을 대부분 포함하는 개념이 되었다. 또한 과거 ‘염불’이라 칭해졌다는 것으로 보아 일반 스님들도 불렀던 소리로 추정된다. 그러나 현재는 전문 범패승들이 부르고 있어 선율적으로 굴곡이나 음악성을 갖추고 있다. 현재의 염불은 주로 평염불(일반 염불)을 일컫는다. 평염불은 대개 긴 경전이나 예불문을 독송할 때 부르는 것으로, 안채비와 겉채비소리에 비해 평이한 가락과 리듬으로 읽어나가듯이 가창한다. 일반 스님들이 주로 부르며, 가장 보편적인 종류로는 1자 1음式의 독경으로 부르는 <반야심경>이 있다. 이 외 풍송조(종성, 오분향게, 칠정례), 송경조, 진언성, 탄백성 등도 평염불에 해당한다.
○ 용도 대표적인 안채비소리인 <착어성>은 영혼에게 법을 설하는 하단 법문으로, 현재 대령의식, 관음시식, 구병시식, 종사영반, 상용영반 등 여러 시식(施食)과 영반(靈飯)에서 전승되고 있다. <유치성>은 상단, 중단, 각 청(請)에서 부처님 전에 재의식의 연고(緣故)를 아뢰는 소리로써 연행된다. 가사(偈)를 잘 전달하기 위해 촘촘히 엮어 붙이는 소리인 <편게성>은 영가에 대한 목욕의례인 관욕과 수륙재의 하단의식에서 많이 쓰이고 있다. ○ 음악적 특징 경제의 대표적인 안채비소리 <착어성>·<유치성>·<편게성>은 가사의 내용을 선율에 반영하고 있다. 안채비소리의 선율은 3소박 단위의 불규칙한 박자로 되어있고, 소리의 성격 및 특성에 따라 속도가 조금씩 차이난다. 영가(靈駕)를 따뜻하고 자애롭게 어르며 법을 전하는 <착어성>이 가장 느리며(=56~60), 부처님 전에 재의식의 연고(緣故)를 아뢰는 <유치성>이 그 다음 빠르기의 속도(=60~70)로 불리고, 일종의 엮음 소리처럼 촘촘히 엮어 부르는 <편게성>이 가장 빠른 편(=70~80)이다. 안채비소리는 대부분 한국 불교음악의 주요 음악어법(경상도 음악어법)인 메나리토리(미(mi)-솔(sol)-라(la)-도(do′)-레(re′))를 근간으로 한다. 그런데 <착어성>은 경기 음악어법인 경토리의 성격이 강하게 드러나고, <유치성>에도 경기 음악어법의 영향이 나타난다. 이처럼 경제의 안채비소리는 경기지역 고유의 음악적 특성을 반영하고 있다. 음역은 평이(平易)하고 유유하게 진행되는 안채비소리의 선율적 특성으로 인해, 한 옥타브 이내로 이루어져 있다. 즉, 빠르기, 토리, 음역, 선율 성격을 종합해 볼 때, <착어성>이 대표적인 ‘자비성’ 안채비로 음악적 표현력이 가장 뛰어나며, <유치성>은 특유의 절도 있는 선율이 나타난다. <편게성>은 엮어가는 성격으로 가장 속도감 있게 진행하는 특징을 보인다. 한편 안채비소리의 대부분은 가사가 산문체(3언·4언·5언·6언·7언 산문체 또는 7언 4구 등)로 되어있다. 이에 선율도 통절형식으로 진행되어 특정한 음악적 구조는 확인할 수 없다. 다만 성조(4성)에 따라 특정한 선율 형태들(melodic patterns)이 존재하고, 성조에 의거한선율 형태가 곡 전체에 걸쳐 반복적으로 출현한다. 이를 통해 경제 안채비소리는 성조와 선율이 여전히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다.
대표적인 <착어성>인 영산재 대령의식의 ‘선착어’ 가사는 다음과 같다. 아래의 착어는 대령소에 영가가 참례하였다는 전제하에 영가의 해탈을 위해 생과 사를 주제로 하고 있다. 이는 자신의 종지(宗旨)를 건립하여 수행자의 능력을 통해 영가 제위를 진리의 문안으로 안내하는 내용이다. 선착어(先着語) 生本無生 滅本無滅 生滅本虛 實相常住 今日靈駕 還會得 無生滅底一句麽 附仰隱玄玄 視聽明歷歷 若也會得 頓證法身 永滅飢虛 其或未然 承佛神力 仗法加持 赴此香檀 受我妙供 證悟無生 금일 영가시여! 생은 본래 생이 아니요, 멸은 본래 멸이 아닙니다. 생과 멸이 본래 허망한 것이니, 실상만이 항상 머물러 있습니다. 영가시여! 여쭙거니와 ‘무생멸’이라는 일구를 깊이 깨달으셨습니까? 땅을 살피고 하늘을 보아도 숨어 있어 보이지 않으나, 보고 듣는 것은 밝아 분명합니다. 만일 깨달으셨다면 당장에 법신을 증득하시여 영원히 주림을 멸하시려니와, 혹 그렇지 못하셨다면 부처님의 위신력을 이으시고 법의 가지력을 의지하사 이 향단으로 오시어 나의 묘공을 받으시고 무생법인을 깨달아 증명하소서 〈편게성〉이 많이 쓰이는 관욕의식 중 〈인예향욕〉의 가사는 다음과 같다. 본 의식문의 대상은 영가가 아닌 참석 대중이며, 글의 성격상 지문(地文)에 해당한다. 대령을 통해 영접된 영가 제위를 욕실로 안내할 것을 법주(法主)의 입장에서 대중에게 부탁하는 내용이다. 引詣香浴 上來 已憑佛力法力 三寶威神之力 召請人道 一切人倫 及無主孤魂 洎 有情等衆 已屆道場 大衆聲鈸 請迎赴浴 제불자시여! 지금까지 이미 불력, 법력(둥) 삼보의 위신력을 의지하였나이다. (하옵기로) 청해 모신 인도의 모든 분 그리고 주인 없어 외로운 영가이신 유정들께서 이미 도량에 이르셨으니, 대중께오선 발(鈸:방울)을 울리사 청하고 맞이하시어 욕실로 나아가게 하십시오.
심상현, 『중요무형문화재 제50호 영산재』, 국립문화재연구소, 예맥출판사, 2003, 155~156쪽. 170쪽.
현재 대표적인 안채비소리인 <착어성>, <유치성>, <편게성>은 한문 성조가 아닌 중세국어(국어 한자음 포함)의 성조와 한국음악 고유의 특징을 함께 지니고 있어, 역사적, 국어학적, 음악 문화적 차원에서 의미가 있다.
법현, 『불교의식음악연구』, 운주사, 2012. 심상현, 『중요무형문화재 제50호 영산재』, 국립문화재연구소, 예맥출판사, 2003. 손인애, 『경제 안채비소리 성조의 수용과 변용』, 민속원, 2020.
손인애(孫仁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