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할향(初喝香), 할향게, 할향게송
5언 4구 또는 7언 4구의 한문정형시로 된 게송으로 홑소리의 대표적인 악곡
불교의식의 한 절차로, 〈상주권공재(常住勸供齋)〉·〈시왕각배재(十王各拜齋)〉와 같은 작은 규모의 의식의 첫 순서이자, 〈영산재〉, 〈예수재〉, 〈수륙재〉와 같은 큰 규모 의식에서 이루어지는 ‘영산작법’ 절차의 첫 순서로 5언 4구 또는 7언 4구로 이루어진 한문정형시로 된 게송이다. 가장 많이 상용화되고 있는 천도의식인 〈상주권공재〉의 첫 절차이자 범패의 학습에서 처음으로 배우는 기본이 되는 곡이라는 의미로 ‘초할향(初喝香)’이라고 한다.
불교의례 중 가장 상용화된 천도의식인 〈상주권공재〉의 첫 절차에 해당되는 악곡으로, 범패를 배우는 이가 처음으로 배우는 악곡이라는 점에서 ‘처음 초’(初)자를 붙여서 초할향(初喝香)이라고 한다. 할향에 대한 최초의 기록은 현존하는 불교의식집 중에서 가장 오래된 『진언권공』(1496)의 작법절차에 처음으로 등장하며, 첫 순서로 되어 있다. 이런 점에서 초할향(初喝香)이라는 별칭은 단순히 범패를 처음 배우는 악곡이라는 의미를 넘어서서 오래 전부터 작법절차 즉, 현행의 영산작법에 해당되는 절차의 첫 순서라는 의미를 포함하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
○ 역사적 변천 과정
할향은 오늘날 불교의식 중 가장 상용화된 천도의식인 〈상주권공재〉 또는 명부시왕 의례인 〈시왕각배재(대례왕공문)〉에서 가장 처음으로 등장하는 절차이지만, 이에 대한 최초의 기록은 현존하는 불교의식집 중에서 가장 오래된 『진언권공』(1496)의 작법절차에 처음으로 등장한다. 이외에도 『영산대회작법절차』(1634), 『오종범음집』(1661), 『제반문』(1694), 『(범어사)어산집』(1700), 『산보범음집』(1713), 『천지명양수륙재의범음산보집』(1739), 『작법귀감』(1826), 그리고 오늘날에도 통용되고 있는 『석문의범』(1935)에 이르기까지 영산작법 절차의 첫 순서로 등장하고 있어 조선초기부터 현행에 이르기까지 500년 이상의 오랜 전통성을 지니고 있다.
○ 연행 시기 및 장소, 용도
사찰에서 행해지는 불교 재 의식에서 연행되는 절차로, 천도의식인 〈상주권공재〉, 명부시왕 의례인 〈시왕각배재(대례왕공문)〉에서 첫 순서로 연행되며, 〈영산재〉, 〈예수재〉, 〈수륙재〉 등과 같은 규모가 큰 재 의식에서 이루어지는 영산작법의 절차에서도 첫 순서로 연행된다.
○ 형식과 구성
〈영산재〉·〈예수재〉·〈수륙재〉에서는 7언 4구인 반면 〈상주권공재〉에서는 5언 4구이며, 〈시왕각배재〉에서는 5언 2구와 7언 2구의 결합으로 재 의식에 따라 게송의 내용이 각각 다르다. 《영제범패》에서는 할향의 게송을 시작하기 전에 ‘계정향’을 먼저 삽입하여 연행하기도 한다.
○ 음악적 특징
5언 4구 또는 7언 4구 및 5언 2구과 7언 2구가 결합된 한문정형시의 게송을 일자다음(一字多音, melismatic)으로 연행하는데, 1구와 3구의 선율이 서로 일치하고, 2구와 4구의 선율 또한 거의 같은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한편 마산지역의 범패에서는 1~4구가 모두 같은 선율의 반복으로 구성되며 상황에 따라서는 1, 2, 3구는 평염불처럼 가사를 엮음으로 쓸어 부르고, 4구만 긴 소리로 연행하여 연주시간을 단축하기도 한다. 연주 방식은 작법이나 별도의 반주 없이 오로지 범패승의 독창으로만 이루어지는데, 다만 경제범패에서는 악곡의 끝에서 종지를 알리는 반주 악기인 태징이 연주되며, 《영제범패》에서는 악곡의 시작과 끝부분 및 악곡의 단락을 짓는 부분에 반주 악기인 광쇠가 연주되기도 한다.
솔(sol)-라(la)-도(do)-레(re)-미(mi)의 5음계로 구성되며 일정한 장단 없이 2소박과 3소박이 혼합된 불규칙한 박자 구조로 이루어져 있는 반면, 《영제범패》에서는 대체적으로 3소박 위주로 되어 있다. 선율은 전반적으로 ‘도(do′)-라(la)-솔(sol)-미(mi)’로 하행 종지되는 메나리토리가 근간을 이루고 있다.
○ 노랫말과 해석 부처님께 향을 올리며 부르는 노래로, 〈상주권공재〉, 상주권공재, 〈영산재〉, 〈수륙재〉·〈예수재〉, 〈시왕각배재〉 등 재 의식의 종류에 따라 가사가 각각 다르다. 〈상주권공재〉에서는 ‘봉헌일편향(奉獻一片香) 덕용난사의(德用難思議) 근반진사계(根盤塵沙界) 엽부오수미(葉覆五須彌)’로 그 뜻은 ‘한 조각의 향을 봉헌하오니, 빼어난 그 쓰임을 헤아리기 어려워라. 그 뿌리는 모래알처럼 헤아리기 어렵고, 잎은 전 우주를 두루 덮어주도다’이며, 영산재에서는 ‘옥부삭성산세용(玉斧削成山勢聳) 금로설처서연농(金爐爇處瑞烟濃) 요천비공실요문(撩天鼻孔悉遙聞) 계정혜향훈법계(戒定慧香熏法界)’로 그 뜻은 ‘옥도끼로 깍은 듯이 산세는 빼어나고, 황금 향로는 연기로 가득하도다. 큰 하늘로부터 해탈의 소리가 들려오니, 계정혜의 삼향이 온 법계에 두루 퍼지는 도다’이며, 〈예수재〉·〈수륙재〉에서는 ‘일편전단몰가향(一片栴檀沒價香) 수미제일최고강(須彌第一最高崗) 육수통변훈사계(六銖通遍熏沙界) 만리이란일양향(萬里伊蘭一樣香)’으로 그 뜻은 ‘한 조각의 전단은 값을 매길 수 없는 귀한 보배이니, 수미산의 가장 높은 언덕에서 자라도다. 세상에서 가장 가벼운 무게로 사바세계에 퍼지니, 만리의 난초가 이와 같도다’이며, 〈시왕각배재〉에서는 ‘출자수미암반(出自須彌巖畔) 상재해장용궁(常在海藏龍宮) 경경분설금로내(耿耿焚爇金爐內) 상통불국여인간(上通佛國輿人間)’로 ‘수미산의 암반에서 스스로 나온 뒤에 바다 속 용궁에서 비밀의 뜻을 숨겼도다. 황금 향로에서는 향 연기가 그윽하니, 불국토와 인간세계가 서로 통하는 도다’의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다.
5언 4구 또는 7언 4구로 된 한문정형시로, 재 의식의 성격에 따라 가사가 각각 다르게 이루어져 있다. 조선 초기부터 비롯되어 오늘날까지 전승되고 있다는 점에서 오랜 전통을 지니고 있으며, 범패승이 가장 먼저 배우는 소리라는 의미로 ‘초할향’이라는 별칭이 있을 정도로 홑소리를 대표하는 악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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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매(徐貞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