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복청게
불교의식에서 〈신묘장구대다라니〉를 부르기에 앞서, 관세음보살을 청하며 부르는 노래
불교의식에서 『천수경』의 〈신묘장구대다라니〉를 구송하기에 앞서, 『천수경』을 설법한 관세음보살을 엎드려 청하는 절차이다. 4언 4구로 구성된 한문시를 가사로 삼는데, 이처럼 4구로 구성된 정형시 형식을 불가(佛家)에서는 ‘게(偈)’라고 한다. 타악기 징을 쳐서 시작과 종지를 구분하며, 홑소리 또는 소리를 길게 짓지 않고 쓰는 소리로 부른다.
〈신묘장구대다라니〉는 『천수경』에 나오는 긴 주문으로, 7세기 이후 중국을 거쳐 신라에 『천수경』이 유입되며 유행한 관음신앙과 관련이 깊다. 〈신묘장구대다라니〉에 종속된 절차인 복청게가 언제부터 불려졌는지 정확히는 알기 어려우나, 1634년 『영산대회작법절차』에 현행 복청게의 가사와 유사한 ‘복청대중(伏請大衆)’ 운운하는 지시문이 있어, 복청게의 흔적을 찾아 볼 수 있다.
○ 역사적 변천 과정 불교 영산재 의례집 중 가장 오래된 『진언권공』(1496)에는 〈쇄수게(灑水偈)〉 뒤에 ‘다음으로 천수경을 구송하고 도량을 돌며 쇄수하라.’라는 지시문이 등장한다. 이를 통해 〈신묘장구대다라니〉의 연행은 확인할 수 있으나, 복청게가 연행되었는지는 알 수 없다. 복청게의 흔적은 1634년 편찬된 『영산대회작법절차』에서 발견할 수 있는데, 역시 〈쇄수게〉 뒤에 ‘엎드려 청하기를 대중은 대비주(=신묘장구대다라니)를 구송하고 …(하략)’라는 현행 복청게의 가사 앞머리와 동일한 지시문이 기록되어 있다. 17세기 후반 발간된 『제반문』(1694)에는 ‘복청대중’ 뒤에 ‘용의엄정(用意嚴淨)’이라는 가사가 붙는데, 손인애의 연구에 의하면, 이는 고제(古制)로 〈별복청게〉에 등장하는 가사와 동일하다고 한다. 오늘날 복청게와 동일한 가사는 『요집문』(19세기 후반~20세기 초)에 보이며, 복청게라는 명칭은 20세기 후 범패승의 어산집에서 확인된다. ○ 용도 본 의식에 앞서 재장(齋場)을 정화하고 결계하기 위한 목적으로 〈신묘장구대다라니〉를 구송하고, ‘천수바라무’를 춘다. 〈신묘장구대다라니〉를 연행하기에 앞서 복청게를 부르는데, 이는 의식을 주관하는 관세음보살을 청하고, 다음 절차를 알리기 위함이다. ○ 음악적 특징 오늘날 전승되는 복청게 중 가장 대표적인 음원은 경기・서울 지역 범패를 전승하는 봉원사 박송암의 홑소리이다. 징의 신호에 맞추어 독창으로 연행하며, 빠르기는 ♩.≒36~46 정도로 매우 느리고, 가창자의 호흡에 따라 3소박과 2소박이 혼합되는 불규칙 박자이나, 대부분 3소박이다. 주로 미(mi)-솔(sol)-라(la)-도(do)-레(re)-미(mi)의 6음을 사용하며, 종지음은 미(mi)이다. 상행 시 솔(sol)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 전형적인 메나리토리이다. ○ 형식과 구성 매 구(句)가 선율의 단위를 이루는 다른 ‘게송’과 다르게, 복청게는 각 구 안에서 동일한 선율이 반복될 뿐 뚜렷한 형식 구성을 보이지 않는다. 다만, 제4구를 제외한 1~3구는 동일한 종지형이 반복되며, 가사 “신묘장구대다라니” 중 ‘구’와 ‘대’를 연행할 때 특정 선율형을 반복하는 특징이 보인다.
伏請大衆 同音唱和 神妙章句 大陀羅尼 삼가 대중께 청하오니 동음으로 창화해 주소서. 신비하고 묘하온 글 능지‧능차 대다라니를
심상현(만춘), 『중요무형문화재 제50호 영산재』(국립문화재연구소, 2003), 211쪽.
매우 대중적인 불교경전 『천수경』의 〈신묘장구대다라니〉 앞에 부르는 악곡이다. 절차 상 독립적으로 연행될 수 없고 반드시 〈신묘장구대다라니〉가 이어진다. 전승되는 의례집을 통해 매우 근대에 정립된 의식문(가사)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으며, 악곡의 형식 역시 통상적인 홑소리와 다르게 병렬적 구조를 띄고 있다.
김동림, 「한국불교 주력신앙의 수용사 고찰 –대비주의 주송을 중심으로-」, 『동아시아불교문화』 38권, 2019. 김정수 옮김, 『(역주)진언권공ㆍ삼단시식문 언해』, 세종대왕기념사업회, 2008. 박세민 편, 『한국불교의례자료총서』 1~4, 삼성암, 1993. 서정매, 「영제 〈영산작법〉 절차의 시대적 변천 연구」, 『공연문화연구』 26, 2013. 손인애, 『경산제 불교음악Ⅰ』(민속원, 2013). 심상현(만춘), 『중요무형문화재 제50호 영산재』(국립문화재연구소, 2003). 안진호, 『석문의범』청, 법륜사, 1931. 양영진, 「범패 홑소리의 의식음악 양상 연구: 박송암창을 중심으로」, 한양대학교 박사학위논문, 2020. 지환 저, 김두재 옮김, 『한글본 한국불교전서 조선10 천지명양수륙재의 범음산보집』, 동국대학교출판부, 2012.
양영진(梁映珍)